"이제는 오프라인 세상에서 부동산을 사는 것만큼 온라인 세상에서 내 건물을 짓는 게 중요한 시대다."
어느 유튜버가 한 말이다. 여기서 건물이란 온라인 상에서의 존재감을 말한다.
요지는,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가져온 급격한 일상의 변화로 인해 오프라인 사업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며, 온라인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는 자들만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SNS라고. 특히 나 같은 프리랜서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SNS 채널 운영이 필수라고 했다.
'언제는 SNS를 시간 낭비, 인생 낭비라더니. 이젠 SNS가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라고?'
그렇게 해서 나 또한 언택트 시대에 '본격적으로'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왜 '본격적'이란 표현을 썼냐 하면, 사실 예전에도 SNS에 이런저런 사사로운 일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친구들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계정에 순전히 재미로만 SNS를 했다면, 이제는 검색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체 공개'로 활동한다는 뜻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이 두 가지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내게는 '각 잡고' 활동할 대담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단순히 재미로만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의 시선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과거에 올린 포스팅 중 전체 공개로 했을 때 지장이 있을 법한 내용(예: 지나치게 예쁜 척한 셀카, 가족사가 드러나는ㅡ가족 중 단 한 명이라도 포함된ㅡ사진)은 삭제하거나 나만 볼 수 있도록 보관해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큰 마음을 먹고 비공개이던 인별그램을 전체 공개로 전환했다.
그랬더니, 이제껏 익숙하다고 생각해 온 SNS 공간에서 전혀 낯선,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설마 누가 내 이름을 SNS 검색창에서 검색이나 해보겠냐만은, SNS 알고리즘은 당장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만으로도 친구를 추천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휴대폰에는 소개팅이라는 명목으로 잠깐 스쳐간 인연을 비롯해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들의 전화번호까지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누구나 내 SNS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대체 누가 나란 존재에 대해 신경이나 쓸까 싶지만
혹시라도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가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일하면서 느끼거나 알게 된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문제가 되진 않을까? 미리 알리고 올려야 할까? SNS상에서의 내 모습이 비호감이면 어쩌지? 괜히 밉상이라고 다음에 날 안 불러주는 건 아니겠지?
별의별 신경이 다 쓰였다.
'나를 드러내는 일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거구나.'
왠지 연예인들, 작가들이 예명이나 필명으로 활동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최대한 좋고 긍정적인 내용의 포스팅만 올려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스멀스멀 느껴졌다.
한번 올리면 누가 볼지 모르는 온라인 세상에서 괜한 말실수로 내 이미지에 먹칠하면 어떡해.
그렇다고 너무 가식적인 모습만 올리면, 그게 더 비호감이 아닐까.
이전에는 별생각 없이 남기던 사사로운 댓글과 좋아요도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댓글에 대댓글은 어떻게 달지 한참을 고심하기도 했다. 혹여나 내 말투가 지나치게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들릴까 봐 댓글 바로 뒤에는 내용과 어울리는 귀여운 이모티콘까지 추가했다.
SNS 세상에서는 지금껏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인간관계도 훤히 드러났다.
내게 좋은 소식이 있을 때는 '과연 내 포스팅을 보긴 보나, SNS 활동을 하긴 하나' 싶을 정도로 늘 침묵으로 일관하며 잠잠하던 친구는 내가 힘든 일, 푸념하는 포스팅을 올리면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눌렀고.
다는 댓글마다 족족 나도 이런 거 안다고, 나도 이런 거 해봤는데 하면서 내 포스팅에 본인을 과시하는 멘트만 남기는 친구도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는 별로 친하지 않지만 먼저 댓글을 남기며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그 사람의 호감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온라인 상에서 서로 댓글을 달아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다 보면, 실제(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더 친해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만나면 친함의 온도는 그 전과 동일했다).
이쯤 되니, 오프라인에서 만큼이나 온라인상에서의 관계 형성도 중요하게 느껴졌다.
SNS상에서 사회생활을 하듯,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유명인ㅡ일명 '셀럽'이나 인플루언서ㅡ들에게 매일같이 아첨하듯 좋아요를 남발하고 칭찬 댓글 퍼레이드를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영향력 있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할까, 실제로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과 경쟁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맞팔을 강요하듯 최근 내 포스팅에 하트 세례를 퍼붓고 포스팅에 칭찬과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가, 며칠 후에도 맞팔을 해주지 않으면 즉시 언팔을 하기도 했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낯선 이는 선팔을 하며 하트를 날리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자존심이 상한 듯 팔로우 취소를 했다.
나는 댓글에 답변을 달지 않았다가 팔로우 취소를 당하기도, 음식 사진을 올렸다가 팔로우 취소를 당하기도,
(그리고 가장 슬프게도) 내 사진을 올렸다가 팔로우 취소를 당하기도 했다.
본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인데도 이렇게 쉽게 팔로우와 언팔을 하는 걸 보며 ‘SNS란 참 가벼운 매체구나’라고 느꼈고
내가 좋아요와 댓글을 남긴 인친으로부터 가장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는 ‘역시 뿌린 만큼 거두는 거구나’하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사이버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차원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결국, 모르는 누군가가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의심부터 하고 한 발짝 물러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물론, 분명 좋은 경험들도 많았다.
내게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눌러주고 기분 좋은 댓글을 달아주는 친구, 내 역서를 사서 읽었다며 뜻밖의 인증샷과 함께 정성 어린 후기를 남겨준 친구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고
포스팅을 올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삭제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댓글을 달아준 친구에게는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며 현실세계에서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된 듯 느껴졌다.
외로운 감정을 흘리는 글을 썼다가 '혹시 지금 만나는 사람이 없냐'면서 선뜻 소개팅을 주선해준 천사 같은 지인도 있었다.
과거에 내가 한 일을 눈여겨봤던지 그와 비슷한 일을 맡아줄 수 있냐고 연락 준 귀인도 있었다.
SNS의 순기능이란 이런 거구나, 열심히 포스팅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하......
결국 나는 SNS 때문에 한없이 외로웠다가 행복해지곤 했다.
회식과 술 문화가 사라져서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시대가 훨씬 더 편하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왜 내게는 이토록 골치 아픈 건지.
불편한 사람들을 덜 만나면 고요하고 평화로워질 줄만 알았던 내 일상은 어느덧 불필요한 사람들까지 개입해 시끌벅적한 소음으로 가득 찼고, 지나치게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스트레스 투성이다.
이젠 오프라인 세계는 기본, 온라인 세계에서까지도 덤으로 내 인맥과 평판을 관리해야 하니,
오히려 예전보다 사회생활이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려니 골치 아프고, 그렇다고 안 하려니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은 SNS. 내게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오늘도 인별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으며, 이렇게 온라인 상에 전체 공개될 브런치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이글 또한 언제 삭제해버릴지는 모르겠지만.
#프리랜서 #셀프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