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더 잘 먹어요

프리랜서의 혼밥 일상

by 스민

프리랜서에게 있어 혼밥하기 가장 좋은 점심 메뉴 샌드위치와 아이스라떼. (지극히 주관적인 선호에 따른 메뉴다.)


물론, 몸에 좋기로는 든든한 밥을 먹고 나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거지만,

식사비에 커피비까지 따로 매일 쓸 생각을 하면, 주머니 사정 때문에 아무래도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세트를 먹는 게 최고다. 대개 세트메뉴는 커피값이 할인되니까.

게다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카페에서 오래 앉아있을 걸 생각하면, 달랑 커피 하나만 시켜놓고 있기보다는 샌드위치랑 커피를 함께 주문해놓는 게 더 마음 편하기도 하다.


가끔은 주변에서 아이고, 맨날 혼자 샌드위치만 먹어서 어떡하냐고, 그게 식사가 되냐며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얼음 동동 띄운 고소한 아이스라떼를 곁들여 먹으면 더없이 좋다.

얼음이 사르르 녹아 처음보다 살짝 연해진 아이스라떼의 맛이란!

이런 게 소확행이리라.♡


물론, 사람은 싫증의 동물이, 나도 한 번 먹은 샌드위치 집을 연달아 문해 며칠씩 같은 메뉴를 먹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난다.

하지만 이 카페 갔다가 저 카페 갔다가, 돌아가며 다양한 종류의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는 재미도 분명 있다.


언젠가 혼자 밥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찍 죽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혼밥하는 사람은 외로움을 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였다.

그리고 혼자 먹으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급히 먹게 되는데, 그게 건강에 안 좋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 경우, '혼밥'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때' 그렇게 눈치를 보며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급하게 들이부으며 먹었던 것 같다.

나는 워낙 먹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어딜 가나 혼자 남아 마지막까지 먹는 편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짧은 점심시간에 밥 먹고 나서 카페를 들르거나 근처 가게에서 잠깐 쇼핑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동료 직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마구 입에 쑤셔 넣었다. 제대로 씹긴 씹었나 모르겠다. 때론 급한 마음에, 다먹었다고 하면서 음식을 조금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는 내 마음대로 원하는 점심메뉴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내가 먹는 속도에 맞게, 천천히, 꼭꼭 씹어 끝까지 먹을 수 있 되었다.

일에서의 자유뿐 아니라 식사에서의 자유도 누다.

주변 친구들의 걱정과는 달리, 프리랜서가 되고 혼밥이 일상이 된 나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잘 먹는다.


언젠가 단골 샌드위치 가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고 서빙해주시는 곳인데, 할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조금 불편해 보여서 나는 가끔 다 먹은 샌드위치 트레이를 직접 가져다 드리곤 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기도 했데.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내 얼굴을 알아보시고 종종 먼저 인사를 건네셨다.


그 샌드위치 가게는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맛도 참 좋다.

'블라카'라는 치아바타 빵을 직접 구워서 샌드위치에 사용하는데, 그 빵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는 홍보도 하더라. 그게 정말인지, 나의 친언니는 먹고 나서 체중을 재보고는 살이 전혀 안 찐다며 쾌재를 외쳤다.

그런 다이어트 효능 소식은 내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쳐 그 가게를 자주 방문하게 만들었다.


그 가게에는 샌드위치가 아메리카노와 샐러드와 같이 제공되는 세트 메뉴가 있는데, 샌드위치 빵 사이즈가 작은 A세트와 그것보다 B세트,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당연히 크기가 큰 B세트는 A세트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간다.

나는 그 가게 세트메뉴가 가성비가 좋아 한때는 주구장창 A세트를 먹으러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김없이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 A세트를 기다리고 있는 내게 주인 할아버지가 B세트내오시는 게 아닌가.

분명, 샌드위치의 크기가 예전에 내가 먹던 것보다 눈에 띄게 커진 느낌이었다.

앗,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인데...

처음에는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 할아버지가 헷갈려서 잘못 내오셨나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일부러 더 큰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신 게 분명했다.

비록 나는 체중 조절에 신경 써야 해서 더 큰 빵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할아버지의 친절이 고마워서 혼자 먹기에 다소 벅찬 B세트 크기의 샌드위치를 한 입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A세트 가격으로 결제해주셨다.


로도 할아버지는 내게 종종 B세트를 내오셨다.


가끔 명절 때면 특별히 명절 인사를 하는 정도였던 드위치 할아버지와 나의 대화가 언젠가는 조금 길어진 적이 있다.

손님이 나 하나뿐이어서 편했던지, 그날 할아버지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대체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요?"

띠용~~

대체 어떤 공부를 하길래 저렇게 열심인가, 궁금했다고. 혹시 '고시' 준비하냐고.

나는 고시는 아니고, 통번역한다고 답했다.

할아버지는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으셨던지, 내가 고시생이 아니라서 실망하셨던지, 멋쩍어하는 내 모습을 눈치채셨는지, 다음 말은 삼가셨다.

어쩌면 통번역이 뭐길래,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다.(ㅎ_ㅎ)


마지막으로 샌드위치 할아버지가 B세트를 내오셨을 때, 나는 힘들게 노력한 다이어트가 도루묵이 될까 봐, 죄송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샌드위치를 먹다가 조금 남겼다.

그랬더니 그다음부터는 항상 주문한 대로 정직하게 A세트가 나왔다.


며칠 전, 오랜만에 그 샌드위치 가게를 찾았다.

역시나 이제 할아버지는 정확하게 A세트를 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만 하실 뿐, 내게 따로 말을 걸진 않으신다.


처음 B세트를 받아 들고 마음이 엄청 따뜻해졌던 기억이 난다.

프리랜서지만 난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도 잠시 했는데.

문득, 지막으로 나온 B세트 크기의 샌드위치를 남긴 게 조금 후회가 된다.

어쩌면 다이어트가 중요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평일에 몇 번씩 샌드위치에 아이스라떼를 곁들여 먹으며 지낸다.

고시 공부는 아니고요, 통역과 번역 공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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