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다섯 시간이면 책 몇 권을 읽고도 남을 그런 시간인데.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시간을 흘려보냈다니.
비록 화면을 잠깐 확인한 짧은 순간이나 전화 통화, 이메일, 위치 검색, 은행 업무를 하며 보낸 시간까지 전부 다 합친 거라 해도. 아무리 그래도 하루에 다섯 시간은 너무했잖아!
물론, 프리랜서인 나는 늘 핸드폰을 곁에 두고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올 지 모르는 연락을 그때그때 잘 받아야 한다.
일반 직장인에 비해 핸드폰에 더 집중해야 하는 편이다.
한 번은 20분 동안 답장을 못한 사이에 통역 의뢰가 날아간 적도 있다. 워낙 급하게 잡힌 일정이라 불안했던 클라이언트는 내가 답이 없자 다른 프리랜서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아니 겨우 20분 만에 그런 일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통역을 하고 싶어 하는 인력이 워낙 많기 때문에 고정으로 해온 일이 아니라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기 일쑤다.
그 이후로 나는 연락을 제때 잘 받고 답장도 빨리 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연락 같은 건 빨리 끝내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 일이다. 어쩌다 무려 다섯 시간이나 핸드폰을 사용하게 된 걸까......
아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내 시간을 잡아먹은 주범일 터.
코로나가 터진 직후 '비대면', '온라인'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나 또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인터넷과 핸드폰을 사용하는 데 쓰게 되었다.
'프리랜서는 자기 자신을 많이 알려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듣고나서부터 적극적으로 SNS를 하기 시작했다.
일하는 과정을 비롯해 평소 일상을 많이 기록해야 한다는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이 또한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일할 때마다 내가 마신 커피, 먹은 디저트, 노트북 컴퓨터 화면 등의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그리고는 마치 여유롭고 우아하게 일하는 냥 포스팅을 올렸다.
뭐 하나를 하면 그것에 심하게 빠져버리는 성향 때문인지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일에 흠뻑 빠져버린 게 아닌가.
일하러 가서는 '일하는 모습을 담겠다'고 혈안이 되어 그 자체에 내 에너지를 쏟아버리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랄까......
프리랜서에게는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진다.
그런데 때로는 이 자율성이란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율성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요즘.
대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빨이 썩으니 지나치게 많이 먹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내게는 이런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날 통제해주는 어른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프리랜서에겐 이런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도록 통제해줄 사람이 따로 없다.
혼자서 일한다는 것.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직장 상사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확실히 적다.
일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도 늘 나이스한 말투로 내게 상당한 예의를 갖춰 대해준다.
하지만 혼자이기에 그만큼 더 '알아서 잘해야 하는' 책임감이 따른다.
그 책임감에는 일 뿐 아니라 내 생활과 내 시간을 스스로 잘 통제하는 '자기 관리'도 포함된다.
일이 많아 바쁠 때는 일에 쫓겨다니느라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하루하루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해서 딴짓할 여유 자체가 없었으니.
그런데 최근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시간을 '어떻게 잘 관리할지'에 대한 요령이 내게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프리랜서의 효과적인 시간관리법에 대해 검색해봤다.
30분 단위로 자기가 하는 일을 기록한다, 자신의 업무 처리 속도를 숙지한다 등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핸드폰 사용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좋은 팁을 찾아냈는데.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이를 나의 생활 철칙으로 삼고 지켜나가고자 한다.
- 30분 단위로 내가 한 일을 수첩에 모조리 적는다. 그리고 나의 평균 일처리 속도를 파악한다.
- 아침에 일어날 때 핸드폰 알람이 아닌 탁상용 시계의 알람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아침부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막을 수 있다.)
- 핸드폰에 설치된 유튜브 어플은 삭제한다. 꼭 유튜브를 봐야 할 경우엔 태블릿 PC로 본다. (조금이라도 행동에 불편함을 더하기 위한 것)
-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대신 일을 다 끝낸 후 저녁에 정해진 시간 동안만 접속한다. 모든 일상을 공유하기보다는 꼭 올려야겠다 싶은 의미 있는 사건이 있을 때만 포스팅한다. 그리고 댓글이나 좋아요에 대한 알림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도록 평소에 계정은 로그아웃해놓는다.
자, 그럼 이제 방법을 다 알았으니 제대로 잘 지키는 일만 남았다. 얼마간 실행해보고 효과가 좋다 싶으면 브런치에 공유해보는 걸로.
(그런데 기껏 핸드폰 사용을 줄이겠다고 해놓고선 지금 또 이렇게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