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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May 02. 2024

쌤, 쌤 어른인데 꿈이 있어요?

" 쌤, 쌤 어른인데 꿈이 있어요? 어른들은 보통 꿈을 직업으로 생각하던데 쌤은 이미 직업이 있잖아요. "



첫 책을 쓰고 나서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알게 되었다. 매일 같이 단어시험과 문법개념으로 입씨름하던 선생님이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학생들은 적잖이 놀랬다. 토끼처럼 눈이 동그래진 아이들에게서 여러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 교보문고에 팔아요? 동네 서점에 가면 있어요? "

" 쓰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어떤 이야기로 썼어요? "

" 진짜 쌤이 다 썼어요? "


그 중에 한 아이의 질문이 내 가슴에 콕 박혔다. 이제 12살이 된 그 아이는 티 없이 맑은 미소와 사랑스러운 애교로 늘 힐링을 선물해주는 아이였다. 



" 쌤, 쌤 어른인데 꿈이 있어요? 어른들은 보통 꿈을 직업으로 생각하던데 쌤은 이미 직업이 있잖아요. "

" 꼭 꿈이 직업은 아니야. 내 꿈은 되게 많아 "

" 우와 신기해요! 어떤게 꿈이 되야 돼요? "


시험성적과 학습에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늘 꿈이야기를 했고 보통 직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좋은 대학, 좋은 과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너가 살기 편하다와 같은 몇 십년 째 틀어박힌 어른들의 이야기를 해줄 뿐이었다. 그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살아보니 대학, 과, 직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더욱 힘주어 말하는 어른이었다. 나는.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어른인데도, 내 이야기를 듣고 반짝이는 아이들의 두 눈은 내 말과 행동을 뒤돌아보게 했다.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진일보하고 새로움이 가득할 것인데,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체득하는 중요한 시기에 나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2017년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을 가르친지 8년차이다. 쌓인 세월만큼이나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도 어느정도 기준이 잡혔다 생각했지만 이 또한 아니었다. 20대 그 어느때처럼 마냥 초보도 아닌, 그렇다고 10년이 훨씬 넘는 완숙한 실력자도 아닌, 가장 자만하기 쉬운 그 언저리 중간 30대.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마친 생각은 이렇다.



어중간한 30대이지만, 그 말은 바꿔말하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시기이다.

어리숙함을 받아들이고 올바른 기준을 정립해 나가며 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해나가자.

80대에도 모든 관습을 깨부수고 혁신적인 그림을 그린 피카소처럼 

지나온 날들에 감사해하지만 얽매이는 삶을 살지말자. 





이 여행의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여행으로 달라지고 싶다.
이 여행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출발점이 되면 좋겠고, 그렇게 만들 것이다.
나를 버리고, 나를 얻어오자.
-<퉁퉁 부은 눈으로 한국을 떠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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