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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May 25. 2024

30대, 또 퇴사한다고? 부적응자야? 철 좀 들어라

퇴사. 퇴직. 직장을 그만 두고 나가는 것. 


생활비를 벌고 안정적으로 일상을 꾸려나가고 그 다음엔 내집마련, 결혼, 출산의 근간이 되는 행위. 일.

그 일에 자꾸 멈춤이 생긴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상 위협으로 다가온다. 안정에 대한 욕구는 삶을 살아가면서 더 커진다. 지킬 것이 많기에.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칸에서 내 출생연도를 찾는 마우스 휠이 길게 늘어질수록 생각도 걱정도 근심도 늘어간다. 


' 나 10년 뒤엔 뭐 하고 살지? '

' 이 직장을 나가면 내가 먹고 살 수 있을까? '

' 일도 익숙하고 해왔던 거니까 별 문제 없으면 있는게 낫지 않을까? '


8년 전, 처음 퇴사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겁이 없었다. 젊은 나이라는 무시못할 무기가 있었으니까.

3년 전, 두번째 퇴사할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 직종에 대해 경력이 있었으니까.

지금, 아예 젊은 나이도 아니다. 직종에 대한 경력은 깊어졌지만 직종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개구리를 온탕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에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죽는다고 한다. 나의 이 안락함도 서서히 나를 좀 먹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분명히, 안락한 생활이 주는 이점도 있지만 이 안락함은 철저하게 회사의 상황에 달려있다.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월급이 조정되고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으면서 나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내 안전이 위협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월급도 빵빵하고 복지도 탄탄하고 제도가 보호해주는 공기업, 공공기관, 대기업은 이런 고민이 월급날이면 싹 잊혀지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경제상황에 따라 각 가계에서 충분히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직종이기에 안정감 또한 유동적이다. 


외부의 힘으로 조절(강제)되는 유동적인 안정감에서 나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온탕 속 개구리였다.


안정감일까? 회피일까? 새로운 선택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일까?

나는 나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있는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이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층 더 짙어진 질문들이 나를 주저앉힐려고 하지만 깨달은 이상 안주할 수 없다.

부침이 있겠지만 나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안정감을 가지고 위해서는 근육을 키워야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퇴사를 준비하고 공부하고 글을 쓴다. 


퇴사. 끝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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