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일탈
퇴사 : 직장을 그만 두고 나가는 것.
철 들다 :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
생활비를 벌고 안정적으로 일상을 꾸려나가며 내집마련, 결혼, 출산의 근간이 되는 행위. 그 일에 자꾸 멈춤이 생긴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상 위협으로 다가온다. 안정에 대한 욕구는 삶을 살아가면서 더 커진다. 지킬 것이 많기에.
' 나 10년 뒤엔 뭐 하고 살지? '
' 이 직장을 나가면 내가 먹고 살 수 있을까? '
' 일도 익숙하고 해왔던 거니까 별 문제 없으면 있는게 낫지 않을까? '
개구리를 온탕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인식하지 못해 결국 죽는다고 한다. 이 안락함이 서서히 나를 좀 먹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안락함이 철저하게 회사의 상황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월급도 빵빵하고 복지도 탄탄하고 제도가 보호해주는 공기업, 공공기관, 대기업은 이런 고민이 월급날이면 싹 잊혀지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 이번 코로나 사태로, 회사의 자금 상황이 안 좋아져서 월급이 차감되서 나갈 것 같아요 "
" 안타깝지만, 이번 달까지만 하고 회사는 문을 닫을 것 같아요 "
" 나이가 꽤 있으시네요. "
경제상황에 따라 각 가계에서 충분히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직종이기에 안정감 또한 유동적이다.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월급이 조정되고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나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내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앞으로 또 일어날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불쑥 커진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 앞에 이력서 내기 망설여지는 순간도 올 것이다.
8년 전, 처음 퇴사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겁이 없었다. 젊은 나이라는 무시못할 무기가 있었으니까.
3년 전, 두번째 퇴사할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 직종에 대해 경력이 있었으니까.
지금, 아예 젊은 나이도 아니다. 직종에 대한 경력은 깊어졌지만 직종에 대한 고민 또한 많아졌다.
' 내가 이 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
'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나는 다른 곳으로 바로 취직할 수 있을까? '
한층 더 짙어진 질문들에 무서워지지만 하지만 깨달은 이상 안주할 수 없다. 부침이 있겠지만 나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안정감을 가지고 위해서는 근육을 키워야한다. 잘하는 것으로 먹고 살고 있는 지금이지만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나를 이끌어줄 업을 찾기 위해 넓은 들판을 쏘다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출근 전 후, 투자를 공부하고 글을 쓰고 다음 책을 준비하고, 내가 누구인지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에 월급을 올려주지는 못하더라도, 통장잔고가 부유해지지 않더라도, 주말을 오롯이 바치며 그 업을 탐색하고 있다. 당장 앞만보고 달리면 내가 직선을 걷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멀리 있는 목적지를 보고 걸어나가면 놀랍도록 그 길은 올곧을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퇴사. 끝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