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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Jun 25. 2024

태어나서 한 번도, 네일 해보지 않은 여자

5분이면 끝나는 화장. 제일 편한 차림은 청바지에 셔츠

옷은 각 계절에 한 번씩, 손톱은 길게 자라 거슬리면 뚝딱뚝딱 깎아버리는

태어나서 한 번도, 네일샵에 가보지 않은 여자. 


내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집순이이지만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길을 따라 걷는다. 되도록이면 강이나 공원처럼 자연을 마주하는 공간이면 더 좋다. 넉넉한 사이즈의 바지를 입고 손에는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머릿 속 가득한 고민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정리가 되면 한 쪽에 앉아 메모장에 글을 쓴다. 핸드폰 메모장 아니고 종이에 펜을 들고 적는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나를 억누르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대신해서 내가 나에게 건네는 응원이 자라난다.


지금까지 수 많은 위로와 회복방식을 시도해왔다. 친한 사람과의 술자리도, 맛있는 음식 먹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하루 종일 늘어지게 자는 것도, 무한도전을 스트리밍하는 것도 했었다. 효과도 있었지만 그 끝에 밀려오는 허무함과 공허함을 달래지 못했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지만 내가 나에게 위로를 건네지 못했던 것이다.


' 나는 왜 이럴까? 다른 사람은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

' 이 일이 해결되기는 할까? 다들 이러고 사나? '


어느 누구보다도 응원이 필요한 나 자신에게 나는 질책과 불신을 보내고 있었다. 튼튼하게 쌓아올린 성벽안에서 조그만 창 밖으로 구름이 보이지만 내 눈에는 벽면을 가득 매운 어둠만이 가득했다. 아무도 잠그지 않은 문이지만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 너는 분명이 니가 목표하는 꿈을 이룰거야. 그럴 능력도 있어. 나는 확신해 "


그런 나에게 건넨 그의 한 마디. 내가 꿈꾸던 미래를 어느정도 실현한 그였기에 그가 건네는 말 한마디는 새로웠다. 그런 사람이 보기에 나는 꽤 이르게 목표를 찾았고 독립적으로 생을 꾸려나갈 자신감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늘 그랬듯 ' 내가 어떻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건네준 그가 사라지고 나서 나는 더욱 무서워졌다. 조언을 구할 믿을 사람이 사라진거라 생각해 혼자 어떻게 공부를 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할 까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다 퍼뜩 든 생각.


' 결국 내 옆에 평생 있을 사람은 나 밖에 없구나 '



그는 떠나갔지만 그가 남기고 간 말은 새기기로 했다. 네일도 해보지 않고 쇼핑에도 먹부림에도 별 소질이 없는 '나'이다. 하지만 산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좋아하고 주말이면 의미없는 약속보다 도서관 가는게 더 좋은, 이 모습이 내가 정말 아끼는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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