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고 동그란 검은 것.
흔히 ‘동정한다’라고 하면 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자극제 정도로 이해하고 있으나, 그 뜻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정(同情):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 국립국어표준어대사전 발췌
우리가 흔히 하는 내용은 그저 나를 가엾게 여기고, 딱하게 여긴다는 부분이겠지만, 국어사전에서의 동정의 정의는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이라는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만큼 동정하고 있는 사람의 심적 여유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민이란 무엇일까.
연민(憐憫):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 - 국립국어표준어대사전 발췌
위로(慰勞): 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 국립국어표준어대사전 발췌
위로의 의미와 조금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동정이 아닐까.
우리는 동정 어린 위로가 필요하다.
동정이라는 단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로 했습니다. 날이 서있던 지난날엔 동정의 의미를 모르고 나를 동정하는 사람들을 나를 그저 불쌍한 사람, 가여운 사람정도로 생각했었죠. 이제와 보니, 제가 경계했던 것은 연민이었더군요.
당시, 제가 제일로 바랬던 진심 어린 위로는 아무래도 동정이 필요한 듯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내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손들을 다시 주워 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죠.
물론, 위로를 건네는 상대도 그것이 연민인지, 아니면 동정인지 조금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섣불리 손을 내밀어서 위로하는 이와 받는 이가 같이 힘들어져서 단발성 위로로 끝나는 경우도 꽤 잦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위로가 필요한 이는 외부에 대해서 더욱 강한 적개심을 내비치게 되고, 극단적인 결론을 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꼭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정과 연민, 두 가지의 위로를 받아본 제가 스스로 자립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로 했지만, 여정이 끝난 후에 제 눈에 밟히는 것은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소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언제나 존재했지만 보편적, 평균적 사회에서 이해불가한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홀로 자립을 할 수 있게끔, 손을 내밀어 주고 싶었지만, 동정과 연민을 구분 짓지 못한 그 당시엔 섣부른 위로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제 발목을 잡았었죠.
우리는 누구나 여정을 떠나지만, 대부분 여정이 시작된 줄 모르고 힘겨워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경험을 하지 못한 이가 섣부른 위로를 건네게 되면 그 진실성이 잘 와닿지 않습니다. 물론, 당신께서 홀로 있을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여정 중간중간에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타인의 서툴더라도 동정 어린 위로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저의 작은 동그랗고 어두운 것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 성공했으나, 아직 타인의 그것에 대한 본질을 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 저와 같은 작고 동그란 어두운 것을 가지고 있어도, 저와 같이 스스로 탐구해 보려는 시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방치해 둔 것인지도 확인할 길이 없었죠.
그래서 이 글을 통해서 당신께 여쭙고 싶습니다.
당신의 작고 동그랗고 어두운 것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또 그것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까요?
당신의 여정에서 이 검은 동그라미는 당신의 여정을 끝내줄 목표이자,
당신이 여정을 걷게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가진 큰 날개를 더욱 활짝 펼칠 수 있게 해주는 도우미입니다.
그것의 방향은 오직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죠.
그래서, 당신께서 그 작고 동그란 검은 것을 잘 다독이고 있다면, 또 다독이시려 노력하신다면, 당신 주변의 혹은 다른 이가 동정 어린 위로를 건네었을 때, 위로의 의미를 온전하게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억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것이 동정인지 연민인지는 당신만 알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