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단다. 며칠 전에 세탁한 이불이 아직까지도 마르지 않았다. 보일러를 틀어 바닥에 이불을 펴놓고 잠들었다. 보일러를 틀었는데 훈훈하기는커녕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이 야속하다. 1분이라도 이불을 덮고 있지 않으면 금방 차가워지는 몸뚱이.
내 손과 발은 남들보다 유난히도 차가워서 겨울이 되면 괴로움에 몸서리친다. 겨울은 몸도 마음도 춥다. 여름에 선풍기 없이는 살 수 있겠는데 겨울에 전기장판 없이는 못 살겠다. 겨울은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막상 여름에는 선풍기 없이 못 살 간사한 사람이지만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
중이었던 나는 절과의 이별을 고했다.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라 다짐하고 절을 떠났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늦은 밤이었다. 배가 고파 밥은 먹고 자야겠다 싶어 급하게 이것저것 넣어서 만든 밥 아닌 밥은 맛이 없었다. 마치 살기 위해 먹는 맛처럼 맛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세수와 양치를 마쳤다. 급히 침대로 몸을 옮겼다. 전기장판 온도는 3에 맞춰놓기.
새벽 5시. 화장실이 급해 잠에서 깼다. 그렇게 내 속을 썩이던 것도 오늘에야 끝이 났구나. 둘은 끝이고 하나는 시작이었다. 거울에 비친 초췌한 몰골. 다시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바닥으로 내려갔다. 세탁해둔 이불은 다 말랐다. 이불과 함께 베개를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가만히 누워보았다. 잠은 오지 않았다.
너희들이 내어준 게 침대인지 마음인지 모르겠다. 바닥이 좋다며 내게 흔쾌히 침대를 내주고 추운 겨울 장판까지 내어준 너희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고맙고 미안하다.
금방 잠들겠지 싶었는데 세 시간이 지나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순풍산부인과'의 짤막한 영상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다가 갑자기 생각난 노래를 틀었다. '사람 없인 사람으로 못 살아요' 멜로디만 귀에 익어있던 노래. 내친김에 가사까지 보며 따라 불렀다. 꼭두새벽에 웬 꼴값인가. 가만히 따라 부르다가 터져버린 울음보. 한 번도 크게 소리 내서 울어보지 못했는데 그 날 그렇게 엉엉 크게 소리 내어 울어보았다.
그들이 내어준 이 침대의 따스한 온정 때문에. 그들은 알까. 내가 다시 살 용기를 낸 이유가 이 침대 덕분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