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과 갈잎
나는 서울 출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서울에서 자랐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취업하며, 경기도에 자리를 잡았다.
회사를 퇴사한 이후에도
아직 여러 이유로 서울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가게 되겠지…
그런 생각은 마음 한켠에 남아 있다.
물론,
꼭 서울로 가야겠다는 마음은
이제 수채화처럼 많이 옅어지긴 했다.
어린 시절의 서울은 지금보다 건물이 낮고,
녹지가 많았다.
심지어 목동도 논밭이었으니까.
한여름, 엄마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던 기억이 있다.
그날도 오늘처럼 더운 날이었다.
나무로 우거진 그늘진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송충이인지 나방애벌레 비슷한게
내 어깨에 툭 떨어졌다.
거기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나를 보고
엄마는 웃으며 뒤따라왔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지만,
당시엔 등에 식은땀이 흐를 만큼 놀랐다.
요즘엔 산에 가도
그런 송충이를 보기 어렵다.
방재 작업이 잘돼서인지,
아니면 환경이 달라져서인지 모르겠다.
그 시절이 그리운 이유는
어쩌면 그런 자연과의 거리감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송충이를 보면
늘 떠오르는 말이 있다.
송충이 솔잎 먹고, 노래기 갈잎 먹네.
어릴 땐 그냥 재미 삼아 읊던 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안에
삶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살고,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어야 행복하고,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먹을 것을 찾아가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것을 먹고,
자기에게 맞는 환경에서 살아갈 때
비로소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행복할 수 있다.
그걸 인정하면,
삶은 그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내 잎사귀를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