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내가 회사에 다닐 때의 이야기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일주일 전처럼 생생하다.
그때는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건 없었다.
월화수목금금금, 때로는 일요일까지 출근했다.
개발하던 제품이 중간에 사양이 바뀌더라도
정해진 신제품 출시일은 반드시 지켜야 했으니까.
시간은 늘 부족했고, 우리는 그 부족한 시간을
최대한 밀도 있게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료와 선후배들은
그런 상황을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조금 모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힘들다는 걸 소극적으로나마 표현하고 싶었다.
야근 중이었던 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책상 위 포스트잇을 한 장 뜯어
글을 끄적였다.
그리고 데스크톱 모니터 옆에 붙였다.
쪼옥~
쪼오옥~
단물 빨아먹는 소리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 선배들이 그걸 보고는 킥킥 웃으며 지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팀원들이 무서워하던 랩장님이
그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랩장님은 다가와 그 포스트잇을 읽었고,
나는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지며,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데 의외로, 랩장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힘내.”
그 한 마디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그 포스트잇은 꽤 오랫동안
내 책상에 붙어 있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어쩌면 조직이 가진 유연성이었고
그 유연함이 우리가 만들던 제품이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 들어,
그 유연함을 보여준 선배들이 자꾸 생각난다.
그분들에게 참 감사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어쩌면 삶에 조금 더 유연해진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