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인생을 살아라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12

by 효문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을 때, 매일 같이 지켰던 유일한 태교는 잠들기 직전 소리 내어 시를 한 편 읽어주는 것이었다. 시 한 편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5분도 안 된다. 하지만 나와 뱃속의 아이는 시가 안겨준 감동에 젖어 잠이 들었으니 그 여운은 밤새도록 이어졌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 날
- 김상옥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 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겄네
말을 해 무엇하리
한 생애 사무치던 일들이
저리 쉽게 가겠지


'어느 날'을 읽었던 그 밤에 다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한 생애가 이리 쉽게 갈 터이니 '더 많이 놀아줄 걸, 더 많이 안아줄 걸, 더 많이 귀 기울여줄걸...'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아이가 놀고 싶을 때 놀아주고, 아이가 옆에 있을 때 안아주고, 아이가 말하고 싶을 때 집중해 들어주자고. 물론 그 다짐대로 살아오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주고 싶다. 시를 읽어주라고. 명품 가방이나 외제차가 있으면 폼나 보이겠지. 남들 보기에 근사해 보일 거야. 하지만 이런 것들만 있고 시가 없다면... 그리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삶을 가장 아름답고 맑게 하고, 사람의 정신을 가장 윤택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시'일 것이다. 법정스님이 신랑신부에게 한 달에 산문집 2권과 시집 1권을 밖에서 빌리지 않고 사서 읽으라고 당부했던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가슴에 녹이 슬면 삶의 리듬을 잃는다.
시를 낭송함으로써 항상 풋풋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
사는 일이 곧 시가 되어야 한다.
-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명품가방이 있는 삶과 없는 삶, 명품 가방을 가져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은 분명 다를 것이다. 언제 어느 때고 시 한 편 읽는 여유를 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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