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짓는 죄

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13

by 효문

장맛비에 흠뻑 젖은 나무가 짙은 초록을 자랑한다. 몇 년 전 초여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이 가고 가을과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이 나무가 개나리인지 몰랐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노란 꽃을 피우지 않은 개나리를 나의 눈은 알아보지 못했다. 어디 개나리뿐일까? 수많은 나무들이 그냥 나무로만 존재하다가 벚꽃이 피어야 비로소 벚나무가 되고, 라일락꽃이 피어야 비로소 라일락이 된다.


엄마의 텃밭

언젠가 엄마의 텃밭에서 대나무 잎을 닮은 싱그러운 풀을 발견했다.

"엄마, 저건 뭐야? 대나무도 아니고..."

"아이고, 대학까지 나왔다는 녀석이 생강도 모르냐? 쯧쯧"

무성한 초록을 자랑하던 풀은 다름 아닌 생강이었다. 맞다, 김치 담글 때 넣는 매운맛과 향이 나는 그 생강.

그런데 마트에서 본 생강과 텃밭에서 본 생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왜 꽃을 피우기 전에는 개나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뿌리를 보기 전에는 생강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1번 무지해서. 2번 관심이 없어서. 3번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3가지 모두가 원인일 것이다. 무지해서 알아보지 못한 것도 부끄럽지만, 관심이 없어 알아보지 못한 것은 더 부끄럽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알아보지 못한 것은 더더더 부끄럽다.

만약 이런 눈으로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알지 못하는 사이에 큰 상처를 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색안경을 끼고 있다면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자각이라도 있겠지만, 무지와 편견은 자각조차 없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알고 짓는 죄보다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무겁다'라고 했다. 왜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무거운 것일까? 마땅히 알아야 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은 배움을 게을리했다는 뜻이니 나태의 죄를 지은 것이다. 그리고 돌을 사람에게 던지면 그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던지는 것과 모르고 던지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까? 모르고 던지는 쪽이 더 참담한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몰랐다는 것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 마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알아야 하고, 또한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린 딸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가끔 물었다. "엄마는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 없다고 생각해?"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지. 우리의 학문이 아직 밝히지 못한 영역이니까 지금은 있다고도 없다가도 말할 수 없지. 모를 뿐이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부지런히 공부할 일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을 일이다. 특히 부모라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먼저 살아본 어른이라면 꽃으로 피어나기 전에 알아봐 줄 수 있어야 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때가 되면 자기만의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응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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