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14
땅을 가르고 올라오는 여리디 여린 새순을 볼 때면 언제나 감탄하게 된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끼손톱보다 작은 씨앗 어디에 저토록 위대한 힘이 숨어 있어서 땅을 밀어낼 수 있는 것인지 경이롭다. 어쩌면 씨앗의 '꿈'이 만들어낸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캄캄한 어둠뿐일 땅 속에서 씨앗은 꿈꿨을 것이다. 저를 누르고 있는 이 흙을 기어이 이기고 햇살이 반짝이고 바람이 살랑이는 세상으로 나아가고야 말겠다고.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야 말겠다는 꿈. 그 꿈이 흙을 밀어 올리고 바위를 쪼갰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커다란 바위를 쪼갤 때 '씨앗의 힘'을 이용했다고 한다. 바위틈 사이에 씨앗을 넣어두고 물을 주면 싹이 트게 되는데, 놀랍게도 어느 순간 커다란 바위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쩍 갈라진다는 것이다. 바위 틈새로 또 보도블록 틈새로 꽃을 피우는 강인한 모습을 보면 정말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씨앗 없이 제가 뿌리 내릴 땅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에 날려 떨어진 곳이 하필이면 보도블록 틈 사이일 수도 있고 바위틈 사이일 수도 있다. 그곳에 떨어진 씨앗이 환경을 탓하며 '이런 곳에서는 뿌리조차 내리기 힘들다'며 꿈꾸기를 포기했다면, 혹은 스스로를 의심했다면 절대 이런 꽃은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인지라 이 또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정리해 보면 이런 내용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오지에 유명한 사찰이(혹은 온천이거나 혹은 폭포일지도) 있었다. 한 여행자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그곳을 찾아가고 있었다(물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마을 사람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지만 가도 가도 사찰은 보이지 않았다. 인적 없는 낯선 길을 하염없이 걷자니 '이 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발걸음을 멈췄고 '그냥 돌아갈까?' 망설이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런 글귀가 적힌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 길이 맞습니다. 20분만 더 걸어가면 사찰이 있습니다."
'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라고 방향을 의심하거나 '내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면 십중팔구 발걸음을 멈추거나 되돌리게 된다.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이르고자 하는 곳이 있거나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자 한다면 먼저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물론 그 믿음은 끊임없이 도전받게 될 것이다.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넘기 힘든 장애물이 가로막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이정표도 없는 길 위에 서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그럴 때 한 번 더 자신을 믿고 힘을 내야 한다. 꿈은 설렁설렁 만만하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