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고 재등록을 하면서 수영 시간을 한 시간 앞으로 당겼다. 뭔가 생활 리듬에 변화를 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시 수영장에는 10시보다 사람들이 적었다. 그리고 10시 초급반에서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9시에는 중급반을 가르치고 있었다.
"자유형이 완전히 망가졌는데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선생님한테 처음 들은 말이다. 너무해... 사실상 초급반에서 벗어난 지 3주 정도밖에 안 됐단 말이다. 뭐, 인정은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급반에 오고 나서 너무 힘들게 돌아가는 흐름을 쫓아가지 못해 스스로도 자세가 좀 많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던 중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렇게 정곡으로 뼈 맞는 이야기를 들을 줄이야.
아무튼 나로선 내 초급반 시절을 아는 선생님과 이어서 수업을 하니 좋다. 역시나 자세도 꼼꼼하게 하나씩 다시 봐준다. 한 가지, 쉬지 않고 굴리는 게 10시 중급반 선생님보다 더해서 죽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왠지 이 선생님과 함께 한다면 계속 수영을 배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11월도 이제 중순이 넘어 하순을 향해 가는 중이니 9시 중급반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함께 수영을 하게 된 강습생들과도 얼굴이 많이 익었다. 레인을 돌다 보면 늘 남들보다 뒤처지기 때문에 나는 줄도 꼴찌에 서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나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함께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 수영은 나보다 한참 오래 하신 모양인데, 내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리거나 나도 모르게 욕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을 때면 늘 나를 진정시켜 주신다. "괜찮아. 아직 얼마 안 됐잖아. 누구나 다 힘들어.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고 천천히 와도 돼."
갑자기 날씨가 겨울이 됐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보일러를 켜놓기는 조금 아까울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문득 이래서 사무실이 좋군,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에는 지방에서 갑자기 친구가 올라왔다. 늘 그랬던 것처럼 셋이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고 우리 집에서 다 같이 잤다. 지난겨울을 지나고 처음으로 집에 보일러를 켰다. 안 그래도 사람들의 온기로 데워진 집안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