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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태도와 애매한 이야기

[개짱이 다이어리] 2025.10.1의 기록

by 배짱없는 베짱이

오랜만에 글쓰기 창을 연다. 너무 오랜만이어선지 실수로 예전 블로그에 잘못 들어갔다. 그 공간의 가장 마지막 글은 마침 2022년 추석 연휴에 쓴 글이었다. 연휴 동안 집에서 뒹굴거리고 친구네를 가서 뒹굴거린 이야기들을 적어놓은 것뿐인데 꽤 재미있었다. 별 내용은 없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서 쉽게 읽히는 에세이가 됐으려나. 그런데 나는 왜 꾸준히 쓰지 못했지.


몇 가지 이야기를 놓고 글을 쓰고 싶어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다. 문제는 머릿속에서만 굴린다는 거다. 이전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그렇게 어딘가로 날려버렸다. 이러다 또 정신을 차려보면 내년 추석, 내 후년 추석이 되어 있겠지.


인스타그램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닌다. 어떤 알고리즘 체계를 거쳐서 나에게 도달하고 있을 무수한 (사실은 보지 않아도 상관없을) 피드 속에서 얼마 전에는 김은숙 드라마 작가의 이야기를 봤다. 자기는 "저에게 재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젊은이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재능이 있으면 어떻게든 비집고 나와서 주변에서 알아본다고. 그러니 '너는 OO를 잘해'라는 이야길 백 번도 넘게 들어봤을 거라고. 작가는 이어서 말한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길 못 들어봤는데도 글을 쓰고 있다면? 재능이 없는 거니 빨리 그만둬라. 하지만 대부분은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자기처럼 엄청나게 노력을 하라고.


여기까지 읽고 보니 언젠가 어디에선가 이미 본 적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제야 문득, 내 글에 대해 칭찬을 해주었던 몇몇 사람들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거다. 사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왜 인지 그냥 하는 칭찬 같아서 그냥 하는 말로 어색하게 듣고 넘겼는데, 최근에서야 그런 태도가 정말 서로에게 득 될 것 하나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빈말이라도 믿으면 믿을수록 나는 자신감이 생기고, 상대는 자신의 말로 인해 힘을 얻는 사람을 보며 또 기분이 좋아졌을 텐데. 난 뭐가 그렇게 부끄럽고 모자라다는 생각에 가벼운 칭찬 하나 제대로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나. 사실은 엄청나게 노력하고 싶지 않아서, 나의 애매한 재능을 모른 척하려던 것 아닐까.


블로그를 새로 시작해 놓고 또 방치하고 있고, 개편을 해야지 해놓고 또 방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어떤 식으로든 남겨 놓고 싶다. 안 그래도 상관없지만, 굳이 남길만한 이야기도 아니니까,라는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유지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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