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다 제일 부상을 많이 당할 때는? 코치님은 말씀하셨다. 몸이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많이 다친다고. 어느 정도 축구를 하며 재미를 느낀 사람들에게 부상이 쉽게 찾아온다고. 조심해서 다치지 않게 하자고.
몇 개월 축구를 하다 보니 아직은 서툴러도 조금씩 축구 실력이 나아졌다. 기본기를 연습하며 스텝도 처음보다 꼬이지 않고, 패스와 볼 컨트롤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의 축구 실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도 처음엔 되지 않던 것들이 됐다. 되지 않던 것들이 되니 더 하고 싶었다. 체력도 마찬가지. 처음엔 조금만 뛰어도 목에서 피 맛이 나고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는데 확실히 나아졌다.
그렇다고 매번 선수 교체를 하지 않고 쭉 뛰지는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만 하다 보니, 그 외의 유산소 운동은 하지 않았다 보니 쉽게 체력이 올라가진 않는 게 당연. 하지만 선수 교체를 원하는 시간이 늦춰졌다. 교체를 하지 않고 뛰어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가끔 교체를 하지 않기도 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초반부터 함께 하며 비슷하게 몸이 올라온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씩일지언정 실력이 늘다 보니 우린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뭔가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이 꿈틀댔다. 다른 이들도 똑같았겠지? 잘 못할 때는 몸을 사렸는데 이제 좀 뭔가 해보고 싶으니 몸 사리지 않고 들이대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었다. 몸이 올라오니 다들 흥분했다. 다들 뭔가 될 것 같은 마음에 무작정 해봤다. 한 발자국 더 뛰어보고, 상대팀에 더 가까이 붙었다. 공을 차려 발을 더 뻗고, 거침없이 공을 쫓았다.
그러니 서로의 몸은 뒤엉켰다. 상대를 보지 않고 발이 먼저 나갔다. 골키퍼를 할 때면 막고 싶은 마음에 맨손임에도 그냥 막 들었다. 골키퍼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날아오는 공을 그저 바라볼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공을 찬다는 게 상대 정강이를 차고, 공을 뺏는다는 게 상대 발을 밟았다. 공을 막고 싶은 손은 속절없이 강타당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을 무조건 뻥뻥 찼다. 세게 차인 공은 가끔 누군가의 얼굴로, 누군가의 배로, 누군가의 신체 일부에 안착했다.
다들 절대 악의적인 마음이 아니었다. 그저 조금 더 적극적이 되었을 뿐. 그저 좀 더 달려보고, 더 들이대 보고, 더 차본 것뿐이었다.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니 불도저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 즐기자고 시작한 축구를 하다 다쳐버리면 즐길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니까. 워워, 진정해야 했다. 우리 기준 몸이 올라왔을 때 오버하지 않고, 한 박자 쉬며 다시금 기본기를 익혀야 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니 걱정은 되지만 서로 어느 정도 진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다치지 않는 축구를 해야 즐기는 축구를 할 수 있다. 몸을 사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나와 너의 몸을 지키는 거다. 조심하며 주춤하라는 게 아니다. 들이대지 않아도 우린 충분히 축구공을 빼올 수 있을 거다.
다른 일도 그렇다. 내가 다치지 않고 해야 즐길 수 있다. 상처받는 일이야 수두룩하지만 상처받았다고 회복되지 못하고 주저앉으면 안 되니까. 그건 즐길 기회를 놓치는 일이니까.
몸을 사린다고 웅크리는 게 아니다. 그건 나를 지키는 거다. 내가 안전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오버하고 들이대지 않아도, 난 충분히 할 수 있다. 의욕이 넘쳤을 때 헤딩의 아픈 맛을 보게 됐듯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을 때 한번 워워 진정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과 마음이 올라왔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뭔가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넘친다. 그럴 때 무조건 나아가기보다 한번 워워 진정해 보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나를 지키며 돌아볼 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향이 보일 것이다. 그래야 오랫동안 즐기며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