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그래, 며칠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축구를 한지 벌써 1년이 됐다. 노래 가사 그대로다. 처음이라 그랬지, 며칠뒤엔 괜찮아졌다. 처음 힘들었던 것도 연습하고, 꾸준히 하니 괜찮아졌다. 뛰어나지 않아도, 엄청나지 않아도, 그렇게 천천히 괜찮아질 거란 그 생각만으로 벌써 1년이 흘렀다.
무엇이든 1년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렵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있으랴. 사흘째만 되어도 꾸준함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1년 동안 할 수 있는 작심삼일이 반올림해서 122일. 365일간 작심삼일을 122번 정도 한다는 게 쉬울 리 없다.
1년간 꾸준히 한 운동이 축구가 처음은 아니었다. 서른 살을 맞이해 처음 발레를 배워 1년간 했었다. 적당히 동적이고, 적당히 정적인 발레가 내 몸에 딱이었고 재미를 느껴 1년간 꾸준히 했었다. 여건 상 발레를 계속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1년 이상 이어갈 수 있는 운동을 찾는다는 게 내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다음 내가 1년 이상 꾸준히 하게 된 운동이 축구. 일주일에 한 번, 과하지 않게 적당히 즐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1년이란 시간 속에서 참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의욕과 좌절, 실력 향상과 부상 등을 거치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앞으로의 1년도 그렇겠지.
이제 축구를 한다는 것에 뿌듯해해도 괜찮겠지? 취미를 물었을 때, 어떤 운동하냐 물었을 때 당당히 ‘축구’라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거겠지? 물론 실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껴 두더라도. 근데 뭐 어때. 꼭 잘해야 하나? 그저 축구를 하는 그 자체가 나의 뿌듯함인데. 벌써 1년 넘게 축구를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도 되지 뭐.
모든 일이 그렇다. 뭐든 내게 맞는 것을 찾기란 어렵고, 꾸준히 하는 건 더 어렵다. 나만의 시간, 나만의 속도, 나만의 방향에 맞춰 묵묵히 할 수 있는 걸 찾기란 참 힘들다.
그래서 내 축구 인생이 벌써 1년을 맞이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또 할 수 있을 것만 같으니까. 그게 결코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니란 걸 축구를 하며 알게 됐으니까.
축구를 시작하고, 1년을 꾸준히 하며 내가 무언가를 계속해나간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알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만 꾸준했던 내가 내 의지로 무언가를 꾸준하게 했다는 것이 꽤나 큰 자신감을 얻게 했다.
축구를 1년 해보니 시작이 어렵지, 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 시작도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였고. 축구뿐이랴.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일 거다. 1년이고, 2년이고, 그게 무엇이든. 나는, 우리는, 꾸준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