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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n 21. 2022

취미에서 깨달은 나의 태도

에피소드 1. "제 자리인데요. 제가 먼저 왔어요."


출처 : pixabay

 여름을 맞아 회원이 늘어난 탓인지 거울 앞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매트 운동이 끝나고 바를 옮기는 시간이 되면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있다. 그날은 운이 좋게 거울이 잘 보이는 앞자리에 섰다. 당연히 내가 바를 옮겼고 나는 내가 옮긴 바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내 앞에 딱 자리를 잡는다. 늘 앞자리에 서던 오래된 회원이다. 


 나는 그냥 서 있었어야 했다. 바를 옮긴 건 나고 옮긴 사람이 그 자리에 서는 건 암묵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순간 당황한 나는 뒷자리로 후다닥 자리를 옮겼다. 바보같이. 


 다음 시간. 이번에도 바를 옮기고 선 내 옆으로 오래된 회원 한 명이 끼어든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어!' 그냥 버티고 섰다. 이쯤 되면 그 사람이 뒤로 가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선생님이 오시더니 나를 뒷자리로 보내셨다. 멋쩍게 서서 수업을 마쳤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나에게 묻는다. 


"뒷자리로 가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거울 잘 보이셨어요?"


 그때라도 말했어야 했다. 바를 옮긴 사람이 그 자리에 서는 게 맞지 않느냐고, 기분이 나빴다고. 하지만 나는 말하지 못했다. 더욱이 웃으며 다음 달 수업을 재등록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혹시라도 내가 규칙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발레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내가 룰을 잘못 알고 있는 건지 원래 수업시간에는 정해진 자리가 있는 건지 정말 궁금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 그거 오래된 회원이 부리는 텃세다. 

- 비켜주지 말고 서 있어라. 

- 선생님 태도도 잘못됐다. 제대로 된 규칙을 알려줬어야 맞다.

-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 사람이 이 글을 봤으면 좋겠다. 


댓글의 열기가 뜨거워지자 혹시라도 같은 수업을 듣는 회원이 보고 있을까 겁이 났다.

그래. 나는 이렇게나 소심한 사람이었다. 싸움이 일어나는 게 싫어 정당한 내 권리도 이야기 못하는 사람. 


에피소드 2.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면 안 되나요? 


 파쎄 업 발란스. 


출처 : 이발레샵 공식 인스타그램


 한쪽 발은 '4'자 모양으로 접어 중심 다리 무릎에 닿도록 하고 지지하는 다리는 까치발을 들어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자세다. 1년이 넘도록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지는 나를 보며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자꾸 스스로 포기하고 있잖아. 도착지점이 코 앞인데 그 앞에서 쓰러지면 안 되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중심을 잡아. 1초만 더 버티면 돼!"

"에이 참. 자기 성격이지? 안되면 금방 포기해버리는 거. 안 그래?" 


 마치 내 삶을 꿰뚫는 듯한 지적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할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으며 살아온 나의 태도. 적당히 해보고 안되면 금방 포기해버렸던 나.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그럼 마음이 편하다. 욕심나는 일이 있어도 ‘아니야, 저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야.’ 하고 포기해버리면 실패가 없다. 스스로 한계를 지으며 살아왔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그랬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 보다’ 생각하며 살았다. ‘난 할 만큼 했어’하고 스스로 위안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살았으니 무엇하나 꾸준히 할 수 없었던 거겠지. 한계를 만나면 거기서 포기해버렸으니까. 평생을 어중간하게 살아온 이유를 찾았다. 처음으로 한계를 넘어보고 싶어졌다. 건강해지려고 그저 여기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보려고 시작한 취미에서 '도전'을 만날 줄이야. 오랜만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다. 

   

 취미가 나를 성찰하게 한다. 


'한번 더 내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참지 않고 이야기할 거야. 아주 젠틀하게.' 

'조금만 더 하면 될지도 몰라. 성공하지 못한 건 포기했기 때문일지도 몰라.'


 무엇이든 해봐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실천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 발레가 오늘도 나를 성장시킨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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