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가울 Jun 22. 2023

차마 선택하기 어려운 그 이름, 복직

몸속 깊숙이 조여놨던 나사가 풀려버렸다

시작점은 언제부터였을까. 놀면 놀수록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밖에 나가는 빈도와 비례하듯 커져 갔다. 그 강도 또한 세지면 세졌지 약해지진 않았다. 몸속 깊숙이 조여놨던 나사는 2년도 되지 않아 풀려버렸다. 좀 더 노력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믿음 하나로 일의 범위가 확장돼 가는 느낌이었다. 데자뷔였다.




순식간에 벌어졌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한번 물꼬가 터지니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노동과 맞바꾼 건강을 되찾으려는 심정은 자꾸만 놀 거리를 찾아 나서는 행동으로 변질되었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노고를 위해서라도 집에만 있을 순 없었다. 일종의 보상심리였다. 2023년이 되기 한 달 전이었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돈을 쓰려는 사람처럼 발버둥 쳤다. 자연스레 작가로 향하는 길은 희미해졌다. 외부에서 오는 새로운 바람을 달리 막을 방법은 없었다. 마음 한가운데를 관통하듯 불어오는 바람을 하릴없이 맞이하는 것 외엔 생각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내버려 둔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했다. 현재에만 초점을 두면 그만이었다. 지금 먹는 것에 집중을 하거나, 두 발로 지탱한 이곳에서 어떤 걸 할 지만 결정하면 됐다. 그 무렵 하루의 일과는 단순했다. 자기 전, 심신의 안정을 위해 필로우미스트를 침구에 뿌린다. 코끝에 순비기꽃의 향이 물씬 풍겨온다. 향기에 취하다 보면 어느샌가 모르게 그다음 날 아침이 된다. 지극히도 순리적이고 여유로운 하루였다. 그저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진리라고 느꼈다.


시작점은 언제부터였을까. 놀면 놀수록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밖에 나가는 빈도와 비례하듯 커져 갔다. 그 강도 또한 세지면 세졌지 약해지진 않았다. 몸속 깊숙이 조여놨던 나사는 2년도 되지 않아 풀려버렸다. 좀 더 노력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믿음 하나로 일의 범위가 확장돼 가는 느낌이었다. 데자뷔였다. 한때 감염병 대응팀에서 초과근무를 밥먹듯이 한 것도 이와 같은 잘못된 신념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그리고 그 행동은 지금도 되풀이되고야 말았다. 언젠간 일을 다시 해야 하는 현실을 피하려는 마음은 그릇된 선택으로 이어졌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할 게 눈에 뻔했다. 실상의 민낯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오만함에서 나온 어린 오기였다. 나는 잠깐의 그 오기로 약간의 숨통을 틀 수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사이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새해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거창한 일을 시도하도록 만들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마냥 노는 것에만 치중하여 시간을 버릴 수 없었다. 새벽 내내 내린 눈송이들이 나무 가지를 거쳐 바닥에 떨어지는 동시에 소멸되는 걸 목격하곤 했다. 눈앞에서 가차 없이 시간이 버려지는 일을 지켜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휴직 기간이 끝나고 다시 공직 생활로 돌아가든, 새로운 업을 삼든 간에 돈을 버는 방법을 체득해야 했다. 휴직은 기간이 정해진 임시방편일 뿐, 본업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방안은 아니었다. 작가라는 막연한 꿈만 꾸기에는 상황이 변변치 못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을 전업으로 삼아 돈을 벌기엔 자신이 없었다. 그제야 실마리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토록 글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막상 작가로서의 길은 망설였는지 그 의문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였다. 평소에 안 하던 일을 벌이기 시작한 건. 돈을 잘 벌고 싶다는 간절한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변화였다.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경제 기사를 읽는 것부터 시도했다. 금세 포기할 줄 알았던 경제 공부는 의외로 3주간 지속되었다.


그렇게 올해도 2월이 다 돼 갈 즈음이었다. 여전히 마음속은 복직에 대한 두려움과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상태였다.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과도 같았다. 그 줄을 누가 가져갈지는 아무리 고민해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당장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휴직 기간을 연장하는 것뿐이었다.


이전 08화 시작은 도피성 여행이었지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