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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무슨 맛? 커피맛.

by 롸잇테리언








"커피를 왜 돈주고 사먹어?"




아메리카노 라는 버젓한

단어가 있음에도,

엄마는 꼭 블랙커피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사오기 전, 우리집 앞에는

매머드 커피가 있었다.



출근길 직장인들의 필수코스이자

우리 가족의 생명수를

보급해주는 장소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100일을

넘겼을 무렵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다시 손을 뻗었다.



임신 전, 하루에.. 못해도

5잔씩 퍼부어댔던 걸 감안하면

하루 1,2잔 정도는

살기 위해 마셔야 하는

최소한의 양 같은 것이었다.



엄마는 아침마다 슥 다녀와서

두 잔의 커피를 내려놓는 나를 보며


"왜 돈 아깝게 커피를 사와~"


라고 하셨지만,



"헤이즐넛아메리카노"와

"바닐라라떼" 처럼,


엄마 취향을 저격하는

커피로 바꿔드린 후로

말을 바꾸셨다.



오후가 되면

"아흠... 커피 한 잔 마실까?"

먼저 제안하기도 했으니.



우리가 쌍둥이 가정보육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커피였다.






나와 달리,

우리 엄마는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미세먼지, 비, 폭염, 한파를

다 체크해야 하고


무엇보다

옛날 우리 집 주변엔

이렇다할 공원이 없었다.



편도 20분 거리에 있는

공원을 찾아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가서는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우리 일상의 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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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1028_153101859_05.jpg?type=w773 그시절, 우리






돌아보면, 그때가 참 좋았다.




돌아가서 안아보고픈

꼬물이 시절의 내 딸들,



그리고 아이들의 사진 속에

오늘보다 조금 더 젊고 빛나는

나와 내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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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1028_153101859_14.jpg?type=w773 종로에서








KakaoTalk_20251028_153101859_15.jpg?type=w773 이렇게 생겼슴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베이커리 카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베이커리 카페'는

엄마를 못마땅하게 하는

사악한 가격의 빵들이 즐비하고

음료 값도 8천원부터 시작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넓은 정원을 달릴 수 있는데다

다양한 포토스팟이 있었다.




그리고 베이커리카페를 빼면

아기의자, 기저귀갈이대 같은

편의를 누릴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는 것이 현실.


(아기 엄마들이 몰, 백화점에서

약속을 잡는 이유도

거의 이와 동일하다.)



엄마는 빵 가격을 보면

편히 고르질 못하셔서,

항상 아기들과 자리를 잡으시고

내가 주문하곤 했는데



그래도 마늘빵, 모카빵이

최고인 줄 알던 엄마가,





이건 무슨 빵인데?

휘낭시에? 맛있네


포카치아? 이름도 특이하네

맛은 있네.



하나씩 나의 세계에 스며들고

새로운 표정을 짓는 것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세상에 이런데가 있었네?"





KakaoTalk_20251028_153101859_06.jpg?type=w773 함미 달려







우리는 엄마의 셀토스를 타고

매일 빵, 커피, 정원, 꽃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게 우리의 낙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찬란했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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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1028_153101859_11.jpg?type=w773 사진은 좀 섞였네요





둥이들은

빵과 커피를 먹고 충전된

두 엄마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드디어

해가 바뀌면

첫 돌을 맞이할 것이었다.








첫 돌,


둥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심했던 데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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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곧,

친정엄마와 살 부비며 육아할 시간이

끝나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 들자마자, 이별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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