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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된 쌍둥이, 어린이집 보내 말아?

by 롸잇테리언







돌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낼 것이냐, 말 것이냐.






뜨거운 감자다.


답이 없는 문제다.





혹자는 세돌까지 엄마와 애착형성을

해야한다고 하고,



워킹맘들은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나라 시스템을 규탄한다.







나는 항상 애매한 입장이었다.






워킹맘이라 몸의 자유는 있었지만

해야할 일의 양은

출퇴근하는 회사원 못지 않았다.




아예 강제로 출퇴근을 해야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우리 애기들하고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애매~함',


이게 고민의 씨앗이었다.




그래도 3시간씩 자며

이어오던 생활도 청산하고,


친정엄마도 집으로

돌려보내드려야 하니,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어린이집 입소대기는

3곳만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맞벌이 (프리랜서지만 서류상 인정),

쌍둥이 (다자녀) 콤보였기 때문에

어딜가나 1순위로 떴다.



엄마와 나는 가을부터

우리가 입소대기했던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투어를 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임장이다.






방문하고 애매하면

맘카페에 물어보기도 하고,

영 안맞으면 취소하고

다른곳 입소대기를 거는 식이었다.





이사오기 전 우리가 살던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없어

둥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본인의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달라고

계속 부탁하시곤 했다.



정말 좋은 분이었지만,

좀 더 넓은 환경을 주고 싶고

아이들이 적어

불안정하다 생각해

입소대기를 걸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아이들을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유를 찾겠다는 각오로

동네 어린이집을

거의 다 돌았다.






엄마는 나보다 더 꼼꼼해서

내가 원장님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방바닥, 교구 등을 눈으로 훑고

나와서 고개를 젓곤 했다.





식단, 배변 뒷처리, 재우는 법,

안 잘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바깥놀이 어디로 가는지,

갈등 중재 방법,

아이들 생활공간, 교구 상태...

생일파티 여부,

선생님 근속년수까지!





선배맘들이 알려준

<어린이집 체크리스트>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영수증만큼

길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마인 나보다,

할머니인 친정엄마의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겨우 정한 곳은

동네에서 그나마 큰 단지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었다.





원장님은 어린이집의 유구한?

역사를 설명하느라

오랜 시간을 할애하셨지만

그만큼 진심이었고,

무엇보다 동네 엄마들의 평이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




체크리스트고 뭐고,

동네맘들이 따봉 주면

이유가 있는거다.




팁을 주자면

나는 동네친구가 없어

당근으로 물건을 하나씩 사며

동네맘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렇게 11월이 지나고

12월이 왔다.






매서웠던 그 해 겨울.



아이들은 크고 작은

감기를 앓아가며

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프니까 엄마를 더 찾고

매달려, 나는 반 해골이 되었다.





'이제 이것도 몇 달만 참으면

끝이구나. 숨통 좀 트이겠지.'





목적지가 눈에 보이는 달리기는

어렵지 않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달리면 되니까.




24시간 매인 몸을,

그리고 친정엄마와의 육아를

끝낼... 마성의 단어는

'어린이집 입소'였다.





나는 첫번째 고지를 앞둔

행복한 마라토너였다.







KakaoTalk_20240731_221944796_02.jpg 돌 무렵, 쌍둥이들







해가 떨어지자

스물스물 열이 오르는 아이들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던 엄마가

내 마음에 돌을 던지기 전까진.







"얘네들 어린이집 보낼 수 있겠냐."







???????????????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7789.jpg?type=w773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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