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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Nov 13. 2021

곧 죽어도 남자 요가

몸과 마음에 빚을 갚는 일, 요가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

요가 클래스에 또다시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물론 처음보다는 수월했지만 대도시에서는 왠지 더 쑥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6개월 수강하면 10% 할인도 해준다니,  끊어놓고 안 가게 될까 봐 더욱 신중해졌다.


"거기 혹시 남자도 있어요?"

문의전화 마지막에 내가 늘 하는 질문이다.


"네, 계세요."

'휴 다행이다.' 


새벽에 혼자 요가를 한 지 1년이 넘은 나는 다시 클래스에 발을 들였다.

여전히 떨리는 첫 수업



몸과 마음에 빚을 갚는 일, 요가


새벽 6시 20분 요가 수업에 어찌나 그리 사람이 많은지

미생의 대사가 생각났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요가에 가는 길에도,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들이 아직 꿈속을 헤맬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미생 3화-


새벽 요가에 보기 좋은 수강생은 엄마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었다.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아재분들도 두어 분 계셨다.


이제 요가는 남녀노소 할 것 없는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서

나름의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왜..?^^)


어찌어찌 다시 회사로 돌아온 나는 온몸에 힘을 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힘을 빼겠다고 다짐했건만


직장을 다녀는 남자들은 늘 경직되어 있다.

회의할 때, 전화받을 때, 보고서 쓸 때 그리고 생각할 때조차도


또 마음에는 늘 빚을 지고 살아간다.

'마음아, 더 열심히 해보자', 

'이번 건만 끝내고 쉬어보자'라고,,


십 년 이상을 이렇게 지내다 보면

몸은 딱딱하게 굳어져 손과 발을 가까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마음은 돌아볼 새가 없어 마음에는 큰 빚을 지고 겨우 이자 정도만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난 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

몸과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



내 의식을 코 끝에 집중해 봅니다.


첫 요가 수업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코 끝에 의식을 집중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크게 내쉽니다."


내 숨결을 느껴본 적은 언제인가?

아침 출근길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저녁때 눈을 감을 때까지

나는 왜 그토록 나를 잊고 살아왔는가? 울먹이는 마음에 호흡을 선물한다.


요가를 하다 보면 여러 동작들을 하며 내 몸의 한계를 알게 된다.

평소 같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요가는 그렇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옆에 계신 분이 얼마나 잘하는지 비교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요가 수업의 80% 눈을 감는다)


힘들면 잠시 내려놓는다. 애쓰지 않는다.

그래서 요가 수업에서 만큼은 마음이 편하다.


아기 자세라는 말을 듣고 그 자세에 머무를 때면

정말 그대로 아기가 되고 싶다. 바닥과 나는 하나가 된다.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아침


요가의 피날레는 "사바나"라는 휴식 자세이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편안하게 누워서 힘을 빼고 나면, 지면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 순간 때문에 요가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행복감이 몰려온다.

이때, 선생님이 읽어주는 시 한 편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의 하루는 별입니다.

별들이 모여 별자리가 되듯이,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저마다에게 의미 있는 날들이 됩니다.





나마스떼, 존중과 사랑의 인사


수업이 끝나면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이렇게 인사를 한다.

"나마스떼"


'나마'의 뜻은 인도어로 '절하다'라는 말이다.

'아스'는 '나'이고, '떼'는 '너'를 의미한다.


따라서 '나마스떼'는 나는 당신에게 절합니다(인사합니다)라는 뜻이다.

간디가 아인슈타인에게 답했다는 나마스떼의 의미는 더욱 깊다.


나는 온 우주가 존재하는 당신의 내면에 절합니다.
빛과 사랑, 진리와 평화, 그리고 지혜가 깃든 당신의 내면
나는 그곳에 존중과 사랑을 표합니다.

결국 나마스떼는 '당신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하루를 차분히 맞이한다.


오늘 하루도 스스로에게 나마스떼라고 인사해요.
그리고 그 에너지를 주변에 나누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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