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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04. 2022

하루살이는 어떻게 3억 6천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았나

선배님,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선배님,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우리는 하루살이를 '하루밖에 살지 못한다'며 가여워한다.

하지만 사실 하루살이는 지구에서 3억 년을 살아온 로 약 40만 년을 살아온 인류보다도 "선배" 생명체이다. 그렇다면 하루살이는 하루밖에 못살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에 멸종했어야 맞지 않을까? 그 비밀을 엿보고 싶었다.

여기 물속에 한 마리 애벌레가 있다. 그는 애벌레 상태로 무려 3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성충이 되면 암컷의 눈에 띄기 위해 치열하고도 화려한 집단 비행을 펼친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하루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성충이 된 하루살이에게는 단 하루, 짧으면 4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후손을 남겨야 멸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날개가 돋자마자 짝짓기를 위한 비행을 시작해야 한다. 당연히 비행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거미와 같은 포식자의 덫걸리기  일쑤다. 또 날개도 넓고 가벼워 속도가 빠르지도 않다. 잠자리와 같은 곤충의 밥이 되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자식 역할도 처음, 사랑도 처음, 엄마도 처음, 아빠도 처음

모든 게 처음 투성인 우리도 다를 바가 없다.

어른이 되기 전부터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 어른이 돼서도 어려운 세상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하는 것일까?


 





단 한 가지 목표, 종의 생존



1.  "나는 입이 없어. 이 짧은 삶에서 종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쏟지."


하루살이는 특별한 점이 있는데, 바로 입이 퇴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성충이 되고 나면 입은 흔적만 남는다. 짧은 삶에서 번식을 위해 불필요한 기능인 입은 퇴화된 것이다.

즉 먹는데도 시간을 쏟지 않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없는 것이다.

목표가 많고, 원하는 것이 많으면 에너지가 흩어지게 된다.


2.  "우리라는 힘. 엄청난 양으로 승부해."


해가 질 무렵이면 얕은 강가 하늘 위에 수많은 하루살이들이 높이 날아오른다.

하루살이들은  수많은 무리들로 짝짓기 대열을 만든다. 철저히 많은 수로 천적들에 의한 어느 정도 손실은 감안한다.


암컷은 아름다운 날개 짓을 하는 가장 근사한 수컷과 짝짓기를 하고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곧바로 죽어 수면 위로 떨어지고, 암컷은 다시 계곡으로 날아가 수많은 알을 낳고 죽는다.

이렇게 많은 알을 낳아도 물속 생물들에게 다시 먹이가 되고 만다.

하루살이에게 알을 지켜줄, 유충을 지켜줄 수 있는 부모는 없다.


3.  "사실 유충은 3년을 살지. 하루는 덤이야."


하루살이는 유충으로 1~3년을 산다. 실제 대부분의 시간을 유충으로 보낸다.

그래서 겨울철인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살이 유충들은 종의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유충은 성충이 되기 위해 무려 허물 벗기를 30번이나 반복한다. 허물을 벗고 또 벗는다.

그렇게 끊임없이 성장한다. 고난과 시련을 이기면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란다.






밀러(Miller) 행성에 사는 우리
지구에 사는 하루살이

영화 '인터스텔라'에 보면  인류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 주인공(쿠퍼)이 간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에서 7년의 시간과 같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우주의 시간은 어디나 똑같이 흐른다"라는 절대 시간의 개념을 깨뜨렸다.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것이다. 영화의 행성은 블랙홀 주변을 도는 행성이기 때문에 지구보다 시간이 6만 배 이상 천천히 흐른다.


실제 이런 일은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도 관찰된다.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은 지구 표면 위보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지구와 발생하는 시간 차이를 상대성 이론으로 보정한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가 1년을 사는 생쥐를 볼 때  생쥐의 세계는 너무 느리게 보일 것이다.
생쥐는 10년 이상을 사는 개를 볼 때 그들의 시간이 느려 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는 100년을 사는 인간을 볼 때에  우리 세상의 시간이 느릴 것이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600년 이상을 살아온 동네 느티나무는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나를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상대적인 시간과 절대적인 시간 사이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루, 그리고 하루살이의 마지막 하루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할아버지, 아버지, 대학생과 어린아이. 각자에게 남은 천차만별의 시간

그들에게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그러고 보면 하루살이는 1년이라는 시간을 물속에서 유충으로 살아가고,

또 여름 숲의 오케스트라를 담당하는 매미도 7년의 세월을 땅속에서 지낸다.


오늘 일이 조금 안 풀렸다고, 올해 큰 성과가 없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슬퍼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유충도 성충도 인생의 하루인 것처럼, 성충이 되기만을 기다리면서 3년을 참고 사는 것이 아니라, 유충인 그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어쩌면 우리는 죽기 전까지는 계속 유충이 아닐까?


하루야채, 하루견과, 하루 운동..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하루"에 요구하는 것이 어찌 이리 많은지

따지고 보면 우리는 하루살이가 아니지만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다.

마지막 질문은 어떻게 하루를 살아야 하나?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했던 유명한 말이 머리에 맴돈다.

"오늘은 행복할 거예요. 왜냐면 내가 그러기로 결심했거든요"

새로운 삶이자, 기회이고, 행복일 수 있는 오늘을 차분히 마음에 새긴다.


여러분은 오늘 주어진 하루 어떻게 보내시겠어요?
저는 무엇을 할지(What to do)가 아니라, 어떻게(How I feel) 보낼지를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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