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앞으로 나가는 방법
근수와 재덕이 주말 낮시간에 몰려드는 손님으로 정신이 없다. 남자들이 그렇듯 수다스럽지 않지만 바쁠수록 말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저 한 번씩 얼굴을 바라보며 무언의 응원을 할 따름이다. 주말엔 여 사장님이 카운터를 지킨다. 혹시나 아르바이트생이 실수할까, 정량으로 잘 메뉴를 만들고 있는지 말이다. 매의 눈으로 독하리만큼 둘의 모습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말엔 직장인부터 대학생들이 약속을 많이 한다. 메뉴도 다양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매장의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여사장님의 "여보세요! OO커피숍입니다."라고 전화를 받는다. 아마 기다리는 손님에게 전화 온 모양이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때론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때도 있다."이군아! OOO 씨 전화받으시라고 말씀드려!"는 말이 근수의 귀에 들린다. 재덕이 얼른 카운터로 가서 성함을 확인한 후 큰 목소리로 "OOO 씨 카운터에 전화 있습니다."라고 소리친다. 이때 한 손님이 급히 전화를 받는다. 때론 간단한 통화가 길어져 여사장님이 손님에게 공손히 "다른 전화가 올지 모르니 간단히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가끔은 몇 번이고 카운터에 전화가 있다는 말을 해도 찾는 사람이 없을 때도 있었다. 아마 서로 약속이 엇갈린 모양이다. 근수는 왜 그리도 카운터에 전화 있습니다란 말이 잘 안 나오는지...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민은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전화를 바꿔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손님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 아주 큰 카페나 커피숍에 가면 직원이 푯말에 OOO 씨 카운터에 전화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일일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여기 커피숍은 넓지 않은 곳이라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근수가 고민 끝에 제안을 한다. 사장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있으니 마이크로 방송을 하자고 했다. 남사장님이 며칠 생각을 하셨는지 마이크를 설치해 주셨다. 근수도 그 이후로 전화에 대한 고민이 많이 사라져 한껏 쉽고 편하게 전화를 바꿔 줄 수 있었다. 이런 고민은 근수를 한층 성숙하고 기분 좋게 하는 일이 되었다. 작은 것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깃들 수 있어 아르바이트에 더 열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재덕이 한 번에 들어온 주문을 한꺼번에 서빙하기 위해 둥근 쟁반에 10잔 가까이 올리고 있다. 한 가지의 주문이 아니기에 테이블별로 다 외워서 실수 없이 잘 전달해야 한다. 재덕이 근수를 보며 "나 하는 거 봐!"라고 말한다. 재덕이 한 테이블로 가서 음료" OO은 어느 분이신가요?"라고 물으며 그 손님 앞에 잔을 내려놓으며 손잡이를 오른쪽 방향으로 돌려준다. 그러고는 근수에게 미소를 날린다. 근수도 놀라며 엄지 척을 보낸다. 재덕이 다른 테이블로 가서는 찬음료를 주문한 손님에게 잔을 내려놓으려다 근수를 보니 근수가 티슈라고 입모양을 보인다. 미리 준비한 티슈를 먼저 테이블 위에 놓고 찬음료를 올려준다. 큰 일은 아니지만 근수와 재덕이는 스스로 커피숍의 서비스를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커피숍이 문전성시를 이룰 때는 주인은 서비스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느냐를 고민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누군가는 작은 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깃들어 간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의 운영 노하우라는 것 없이는 그렇게 잘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근수와 희정이 이제 제법 적응을 잘 나가는 모습이다. 고객에 대한 응대와 일처리가 능숙해져 가고 있다.
근수는 소심하면서 느긋하다. 그러나 일을 하거나 무엇인가에 꽂히면 강박에 사로 잡힌다. 빨리 이루어 내려고 결과를 내기 위해서 인듯하다. 부부가 살다 보면 서로 생각이 달라 많이 부딪히기도 한다. 특히 여자는 남자보다 정신연력이 높아서 인지는 모르나 왜 그러냐, 그런 거는 하지 마라는 등 충돌이 잦다. 그로 인해 부부싸움을 할 때면 서로 자존심을 건드려 더 큰 싸움으로 이어진다. 카페를 시작하면서 한 번씩 근수와 희정은 충돌을 했다. 그래도 근수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어서 잘 들어줄 때도 있었다.
점점 카페에 단골이 많아지면서 근수와 희정이 시작하기 전부터 말해 온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름 아닌 고객이 준 고마움을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 양심을 팔지 말고 받은 만큼 정성껏 돌려주는 것.
희정이 "고객에게 어떤 것부터 해야 하지?"라며 근수에게 묻는다. 근수의 성격상 빠르게 무엇인가를 진행해야 했다. "단골이 많이 생기고 있으니 쿠폰도장부터 잘 챙겨서 할인이나 무료(서비스)를 잘 챙겨드리자라고 희정에게 대답한다. 근수는 아르바이트할 때 고민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어떻게 하면.... 어느 카페든 쿠폰에 도장을 찍어 할인이나 음료서비스를 주고 있었다. 조금 더 깊게 다가가는 법을 고민 중 쿠폰을 매장에 직접 두고 가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왜냐하면 종이쿠폰을 들고 다니면 잃어버리거나 귀찮아하기 때문에 매장 내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면 고객이 직접 닉네임이나 연락처를 적어 두면 방문할 때마다 찾기 쉽고 잃어버릴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고객들 역시 그 방법을 좋아했다.
희정이 이번에는 고객의 반응을 보며 근수에게 좋은 생각이었다고 칭찬해 준다. "역시 자기는 그런 쪽에 센스가 있다"라고 말해 준다.
정장을 입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 그 노신사의 정체가 대학교 교수님이었다. 그렇다고 특별 대우나 부러움은 없었다. 고객과 더한층 가까워지고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더 좋은 일이다. 작은 것 하나 마음씀씀이가 서로에게 더 깊게 깃들어 가는 것이 최고의 고객이고 근수와 희정에 있어서는 최고의 서비스인 것이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것이 약간의 특별함은 있지 않겠는가! 스승이 되어 주신 교수님에게 결제 포스 근처에 잘 보이는 곳에 쿠폰을 붙여 두었다가 도장이 10개가 되면 "교수님"오늘 무료 한잔 드시면 됩니다"라고 알려 주는 것이다. 교수님도 "벌써요?"라시며 흐뭇해하신다. 개학을 해서 인지 아침 출근, 점심시간 하루에 두 번도 와 주시고 가끔 제자들께 한턱을 내시니 도장 10개는 금방 모인다. 단골이 늘다 보니 관리해야 할 쿠폰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번거롭지만 소소하다면 소소하다 할 수 있지만 서비스라는 것은 작고 큰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의 의무와 일을 충실히 하면 고객에게는 큰 감동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점점 늘어 가는 쿠폰이 벽을 다 채우고 새로운 곳에 다시 만들었다. 어느 순간 쿠폰을 꽂을 곳이 마땅치 않을 때쯤 작은 사건이 있었다. 도장 10개가 찍힌 다른 사람의 쿠폰을 들고 와서 할인을 받아 가는 일도 있고 자리를 여기저기 옮겨 꽂아두니 찾기도 어려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분명 쿠폰이 있었는데" 라며 쿠폰을 들고 오는 고객에게 기분 좋게 할인해 드리고 쿠폰을 읽어 버린 고객에게는 도장을 모아 둔 수를 말해 주면 다시 찍어 만들어 드렸다. 근수와 희정이 화도 나고 고객에 대한 실망도 컸지만 이런 거에 흔들리지 말자고 서로를 위로한다. "세상에는 좋은 일. 좋은 사람이 더 많다"라고 희정이 말한다. 근수도 "앞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희정에게 말한다. 근수가 작은 것에도 마음이 깃들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지금 이 고민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길 바랐다. 과연 근수는 어떤 방법을 찾아낼까?.... 희정도 궁금해하며 묵묵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