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아이와 함께 나오자 복지사가 싱크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다리를 엑스 자로 꼰 자세였다. 손에는 믹스 커피가 들려 있었다. 커피 광고 모델도 저렇게 서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복지사는 아이가 다가오자 반납받은 책을 대하듯 어깨를 한 번 꽉 쥐었다가 두 번 토닥였다.
“검사 언제 한다고 했죠?”
하마터면 치매냐고 물어볼 뻔했다. 치매 환자들에겐 몹쓸 짓이지만 직업병인지 그 생각부터 떠올랐다. 밀크커피를 호록 마시는 얼굴이 반질반질했다. 뻔뻔해도 유분수지. 이번엔 진짜 한마디 해야 하나, 생각하는데 그 옆에 선 아이가 보였다.
“그때 말씀드린 것처럼….”
나는 말을 끝맺는 대신 눈짓으로 아이를 가리켰다. 복지사는 아, 하더니 다 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종이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복지사가 아이의 등허리를 톡톡 두드렸다.
“가자. 선생님께 인사하고.”
아이는 우물쭈물하더니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다. 나도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가 흔들리는 내 손을 힐끔거리더니 몸을 돌렸다.
네가 말없이 인사하니까 나도 공평하게.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해졌다.
복지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의 행동 관찰보고서를 보내왔다. 아이가 지내는 생활 시설과 담당 사회복지사의 소견이 적절히 섞여 있는 보고서였다. 첫 주에는 밥을 얼마나 먹는지,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잠을 몇 시간 자며 악몽을 꾸는지, 상담 후 달라진 모습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더니 갈수록 내용이 부실해졌다. 보고서만 보면 아이는 그저 세 끼 꼬박 나오는 밥을 먹고 때가 되면 잠이나 자는 로봇이었다.
그나마 이번 보고서엔 모래를 집어먹은 후의 이야기가 있었다. 등을 두드려도 한 줌 정도만 뱉어 냈던 아이는 시설에 가자마자 모두가 오가는 입구에서 보란 듯이 구토했다. 안전 인증을 마친 모래가 토사물과 한 데 섞여 다른 아이들 앞에 쏟아졌다. 아이는 눈물을 찔끔하긴 했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으며 다행히 목을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첨언이 있었다. 옆에는 아직도 종종 소매 끝을 뜯는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나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꾹꾹 눌렀다. 어떤 환경에서 소매 끝을 뜯었는지 참견만큼이나 친절하게 적어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이의 부모가 그랬듯 복지관의 누군가도 아이가 남긴 흔적을 치우다 발견한 게 고작이었다.
책망할 생각은 없었다. 나만 해도 일주일에 여섯 명의 아이를 상담했다. 복지관이든 생활 시설이든 상담 센터든 아이들이 득시글거렸다. 그 아이만 남다를 이유가 없었다.
나는 공평이라는 아이의 말을 생각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평행선을 걷는 아이를 생각했다. 로봇처럼 먹고 자는 아이 앞에 놓이는 식판을 생각했다. 모든 반찬이 최대한 공평하게 나뉘어 있는 식판을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이 똑같이 먹는 모습을 생각했다.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생각했다. 모래가 섞인 토사물을 치웠을 누군가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