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은 사람만 소감문 적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기상 시간 8시 7분. 정신이 떼끈하구만.
어제 브런치 공모전 수상작 발표가 났다. 좋은 점은 하루 종일 초조, 불안 상태로 발을 종종거리지 않아도 될 만큼 이른 시간에 발표가 났다는 것. 브런치 담당자님도 공모전을 도전해 본 경험이 있는 걸까? 신입사원 발표고 시험 합격 발표고 죄다 기다리는 사람 졸도할만한 3~4시에 발표하는 악습 좀 버리고 브런치를 보고 배워라. 여하튼 결과는 제목에서 스포 했듯이 탈락이다! 에헤라디야!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면 기만이다. 사람은 기대를 버리려 해도 은연중에 순진함에서 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담당자들이 보기에 내 글의 퀄리티가 못 미쳐도, 내 글이 책으로 출판된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기적인 것 같아도 그 '기적'이라는 단어에 언감생심 마음을 걸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라 이거다. 그래서 기대했다. 하지만 탈락이라고 한들 실망은 하지 않는다. 다만 걱정은 된다. 글에 미래를 걸만큼 실력은 있는 걸까 나. 그러기엔 뭔갈 너무 안 하지 않았나? 예를 들면 노오력?
사실 브런치 공모전 출품작인 '운동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제 브런치 스토리에 있답니다. 많관부.)는 엄청 급하게 쓴 작품이다. 공모전 마감 전주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고 마감 주에 총 12편 중 9편을 썼다. 발자크처럼 엄청난 재능과 영감으로 일필휘지 하는 작가는 아니고요. 전체 주제는 긴 호흡으로, 각 단편은 짧은 호흡으로 경쾌한 톤으로 써 내려가기가 쉽지 않아 기획에 공을 많이 들인 게 완급 조절의 패착이었다. 그렇다고 남는 게 아예 없느냐, 그것은 또 아니지요.
공모전 준비를 하며 가장 감격스럽고 기뻤던 것은 글쓰기를 얼마나 좋아하고, 삶에 와닿아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공모전 마감 전 이틀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쓰고 검수하느라 볼이 다 패일 정도였다. 마지막 날엔 너무 지쳐서 당분간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겠다 다짐했는데 씻고 나서 자연스럽게 일기장에 그간의 감정을 써 내려가는 나를 보고 이건 진짜 내가 좋아하는, 습관처럼 하는 일이구나 했다. 두 번째는 글쓰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한 것. 글을 적다가 울컥하는 경험이 많았다. 마음의 레이어 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한 면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려 표현으로 다듬는 것은 지난날의 나를 위로하는 기묘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장문의 글을 써보는 것. 아마 그 경험이 있었기에 매일 이 정도 분량을 쓰는 게 익숙해진 것 같다. 이 습관은 꾸준히 유지하면서 글의 구조나 맥락을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8,800여 개의 작품이 지원했다니!)이 공모전에 지원하신 걸로 알고 있다. 응모 작품 수를 보며 '글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라는 걱정이 기우임을 알았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경험을 각자의 표현으로 적어내는 일에 이리 열심히라니. 그중 한 명으로서 마음이 빠듯하다. 나는 내년에도 도전해보려 한다. 일 년간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땐 좀 더 기깔나게, 재밌는 내용으로 써봐야지.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