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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21. 2023

12월 21일 모닝페이지. 공모전 수상 '탈락' 소감

상 받은 사람만 소감문 적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기상 시간 8시 7분. 정신이 떼끈하구만. 


어제 브런치 공모전 수상작 발표가 났다. 좋은 점은 하루 종일 초조, 불안 상태로 발을 종종거리지 않아도 될 만큼 이른 시간에 발표가 났다는 것. 브런치 담당자님도 공모전을 도전해 본 경험이 있는 걸까? 신입사원 발표고 시험 합격 발표고 죄다 기다리는 사람 졸도할만한 3~4시에 발표하는 악습 좀 버리고 브런치를 보고 배워라. 여하튼 결과는 제목에서 스포 했듯이 탈락이다! 에헤라디야!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면 기만이다. 사람은 기대를 버리려 해도 은연중에 순진함에서 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 담당자들이 보기에 내 글의 퀄리티가 못 미쳐도, 내 글이 책으로 출판된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기적인 것 같아도 그 '기적'이라는 단어에 언감생심 마음을 걸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라 이거다. 그래서 기대했다. 하지만 탈락이라고 한들 실망은 하지 않는다. 다만 걱정은 된다. 글에 미래를 걸만큼 실력은 있는 걸까 나. 그러기엔 뭔갈 너무 안 하지 않았나? 예를 들면 노오력?


사실 브런치 공모전 출품작인 '운동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제 브런치 스토리에 있답니다. 많관부.)는 엄청 급하게 쓴 작품이다. 공모전 마감 전주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고 마감 주에 총 12편 중 9편을 썼다. 발자크처럼 엄청난 재능과 영감으로 일필휘지 하는 작가는 아니고요. 전체 주제는 긴 호흡으로, 각 단편은 짧은 호흡으로 경쾌한 톤으로 써 내려가기가 쉽지 않아 기획에 공을 많이 들인 게 완급 조절의 패착이었다. 그렇다고 남는 게 아예 없느냐, 그것은 또 아니지요.


공모전 준비를 하며 가장 감격스럽고 기뻤던 것은 글쓰기를 얼마나 좋아하고, 삶에 와닿아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공모전 마감 전 이틀은 하루에 12시간 넘게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쓰고 검수하느라 볼이 다 패일 정도였다. 마지막 날엔 너무 지쳐서 당분간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겠다 다짐했는데 씻고 나서 자연스럽게 일기장에 그간의 감정을 써 내려가는 나를 보고 이건 진짜 내가 좋아하는, 습관처럼 하는 일이구나 했다. 두 번째는 글쓰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한 것. 글을 적다가 울컥하는 경험이 많았다. 마음의 레이어 중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한 면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려 표현으로 다듬는 것은 지난날의 나를 위로하는 기묘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장문의 글을 써보는 것. 아마 그 경험이 있었기에 매일 이 정도 분량을 쓰는 게 익숙해진 것 같다. 이 습관은 꾸준히 유지하면서 글의 구조나 맥락을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쳐서 글씨는 개발새발...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8,800여 개의 작품이 지원했다니!)이 공모전에 지원하신 걸로 알고 있다. 응모 작품 수를 보며 '글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라는 걱정이 기우임을 알았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경험을 각자의 표현으로 적어내는 일에 이리 열심히라니. 그중 한 명으로서 마음이 빠듯하다. 나는 내년에도 도전해보려 한다. 일 년간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땐 좀 더 기깔나게, 재밌는 내용으로 써봐야지.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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