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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저는 불안이입니다

내면의 '불안이'와 화해하고 글쓰기를 계속하는 법

by 치유언니

똑똑!

누구세요?

최미교 님, 불안이입니다.



어쩐 일이세요?

어! 미교 님이 불러서 왔는걸요?

제가요? 언제요?

요즘 계속 저에게 신호를 보냈잖아요.

아...... 그렇군요.

일단 옆에 앉으세요. 차 한 잔 드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어떤 문제로 그렇게 저를 찾으셨나요?

아 네, 좀 부끄럽지만 오신 김에 말씀드릴게요.

네네 그럼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책을 쓰고 있는데요.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요? 잘하고 있잖아요?

지금 3장 중반을 쓰고 있거든요.

저번 주부터 갑자기 글쓰기가 두려워졌어요.


왜 그럴까요?

글쎄요. 불안이 님이 좀 봐주세요. 제가 왜 그러는지요.

좋아요. 계속 들어 볼게요.



이번에 쓰는 책이요,

제 이야기를 기억해서 글을 써야 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지금 쓰는 게 맞는지 고민도 되고요.

다시 저를 외면하고 소외시키고 싶어 져요.

글도 잘 안 써지고요.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글쓰기가 두려워요.


이런 말을 할 곳이 없어요.

혼자 고민하다가 풀이 죽곤 하죠.


미교님은 이전에도 저를 많이 만난 적이 있어요 그렇죠?

이전에 만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세요?

불안님이 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못 본 척했죠.

맞아요. 그때 미교 님은 저를 외면했어요.

지금처럼 맞아주지 않았죠?

네, 그랬어요.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친구처럼 대해줘서 고마워요.



저를 외면하면서 미교 님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세요?

음, 다른 짓을 했죠.

어떤 짓이요?

고민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회피했어요.

맞아요, 그러면 저는 미교 님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돌아갔어요.

사실 돌아간 게 아니라 미교 님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죠.


그랬군요. 저는 그렇게 하면 불안이 님이 가니까

계속 같은 방식으로 넘겼어요.

그리고 다른 일을 찾았어요. 다른 일에 집중하면 괜찮았거든요.


그러다가 또 저를 찾게 되었고요?

맞아요. 원래 하고 싶었던 거였으니까요. 꼭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내 인생에서 절대 빼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요, 불안이 님이 올 때마다 몸집이 점점 커져서 나타나더라고요.

그건요, 제가 미교 님이 바라봐 주기 기다리다 스트레스받아서 그래요.


혹시 제가 무서웠나요?

그럼요,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시간 지날수록 크고 검은 두려움 덩어리가 되더라고요. 헐크처럼요.


그래서 어떻게 했죠?

아예 그 일을 접어버렸어요. 생각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말이죠.


그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이 되던가요?

아니요, 결국은 불안님을 만나야 해결이 되었어요.

불안이 님이 답을 주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반갑게 맞이하잖아요. 차 식어요, 어서 드세요.

네, 감사해요.


저는 늘 당신 옆에 있어요, 오늘도 당신이 불러서 왔지요.

며칠 전부터 느낌이 오더라고요.

어떻게 제가 부르는 걸 아세요?

미교 님은 늘 중요한 일을 할 때 저를 불러요.


아 그렇군요. 저는 몰랐어요. 그러면 제가 불안이 님을 부를 때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죠, 미교 님은 옳지 않은 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할 때 저를 특히나 찾아요.

제가 그러는군요. 다행이에요,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어서요.

그것도 늘 옆에 있다고 하니까, 마음도 든든해져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불안님이 제 어릴 적 그 아이 맞으신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불안님을 외면하고 회피할 때 헐크처럼 변해서 오는 모습이요,

혹시 그 아이가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화를 내는 걸까요?


와! 이제야 저를 알아보는군요. 미교 님!

...... 흑흑 미안해요. 미안해.


그만 뚝! 해요.

좋아요, 이제 모든 걸 알게 되었으니 속이 후련하군요.


지금부터는 보이는 곳에 있을게요. 늘 옆에 있으니까 고개만 돌리면 돼요.

그냥 말 걸면 돼요.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이 불안 이를 이용하세요.


자! 저를 똑바로 보세요.

저를 바라보면 볼수록 당신은 점점 더 익숙해지고

뭘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예요.

눈 피하지 말고 저를 정면으로 보세요.


당신의 고민으로 돌아와 볼게요.

미교 님이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뭐예요?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쓰고 싶은 부분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글이 막 엉켜요.

이렇게 글을 못쓰는데 무슨 책을 쓰나 싶고요.

초고도 제대로 못 쓰고 있는데

퇴고는 어떻게 끝낼까 싶어요.

공저 책 쓸 때는 몰랐어요.

혼자 하려니 외롭고 두렵고 불안이 님을 자꾸 찾게 돼요.



세상 모든 작가들이 모두 똑같은 고민 한다고 하잖아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장석주 작가도 글이 손에서 떠나기 전까지는 극도로 불안하다고 했어요.


장석주 님은 <나를 살리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글쓰기에 즐거움이 있다면 마라토너에게 ‘러너스 하이’가 있듯이, 극한의 고통을 감수한 끝에 얻는 즐거움이다. 작가들은 자신을 위해 쓰고,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위해 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의심과 당혹감이 들고 자신감이 결여되는 건 창작 과정의 일부라고 했어요. 이럴 때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뿐이라고 했죠. 어떤 위기가 와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완성해 내야 한다고요.


네 봤어요. 그 글들 보면서 제가 이러는 건 당연한 거다 생각했죠. 그래도 불안이 님을 찾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미교 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어떻게요?


한 가지는 무조건 미교 님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돼요.

누구를 돕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두려우면 미교 님 같은 사람 딱 한 명만 돕겠다는 마음으로 쓰세요.



또 하나는 미교 님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만 보는 거예요.


앞으로 살고 싶은 모습만 생각하면서요.


글을 써서 나누고, 함께 글 쓰는 친구들을 모으고 싶은 거잖아요.


딱 그것만 생각하자고요.


그러려면 글 쓰는 걸 멈추면 안 되잖아요.


많이 쓰는 게 힘들다면 당분간은 다섯 줄씩만 써 봅시다.


네 그럴게요.


아! 그리고요!

늦어도 못써도 절대 자책하지 말기요.

다 썼으면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 잊지 말고요.


네 알겠어요.


오늘은 이렇게 저와 대화하는 걸 썼으니 너무너무 훌륭합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저를 외면하지 말고,

이렇게 같이 이야기하면서 풀어봐요. 알겠죠?

네.


제가 한 가지 더 조언해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요?


미교 님은 뭘 할 때 마음이 자유로워야 해요.

태어날 때부터 어린 시절 내내 시간 강박에 시달렸어요.


미교 님은 성장하고 싶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자기 몸을 돌보지 않으면서까지 하려고 하죠.

지금 힘들어서 저를 찾은 이유는요.


글 쓰면서 스스로 정한 마감에 지쳐 있어요..

매일 한 꼭지씩 다 완성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쓰기만 하자고요. 알았죠?


사실, 맞아요.

나 스스로 다짐해 놓고 못 지킬 때마다 자책했어요.

아직도 이 습관을 못 버리고 있었군요.


그냥 지내보세요. 약간은 멍청하게.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고요.

그러다 보면 또 잘 써지는 때가 올 거예요.

제가 항상 옆에 있다가

미교 님이 부르면 이렇게 짠~ 하고 나타날게요.

그때 또 의논해요.


고마워요. 우리 오늘 아주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맞죠?

저는 원래 미교 님 편이었어요. 미교 님이 모른 체해서 그렇지.

하하 그런가요? 이제부터는 안 그럴게요.

정말 감사해요. 든든한 평생 친구 생겨서 너무 좋네요.

아 원래 평생 동무였다니까요~!

아 네네 알겠어요. ㅎㅎㅎ



미교 님 저는 당신 안에 있는 친구 불안이 입니다.

불안이는 항상 당신 곁에 있어요.

언제든지 부르면 달리 옵니다.

저를 불렀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저를 부른 건 당신이 성장하고 싶다는 신호이니까요.

저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다음에 당신이 또 성장할 그 시간에 다시 또 만나요.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나의 상태와 비슷한 주제가 있는 책을 읽으면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스노우폭스 북스에서 최근 출간한 신작, 김형준 <불안을 곁에 두기로 했다>를 읽고 서평 쓰면서 나의 불안을 마주하는 글을 써봤다.








자기 치유 성장 치유포유

셀프 치유법을 전하는 치유 언니

치유성장 에세이스트 최미교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당신의 빛나는 삶과 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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