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제, 부산 바다

by 모네

서울에서 같은 동네 살던 친구가 부산에 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아가씨이다. 가까이에 있어도 시간이 안 맞아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친구를 해운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창원에서 해운대행 시외버스를 타고 59분 만에 해운대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밀려서 두 시간 정도 걸릴까 싶었는데 예상외로 너무 빨리 도착해서 놀랐다.


예상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도착해 친구를 기다리며 뭐할까 하다가 지도를 켰다. 바닷가가 걸어서 10분 거리라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풍경

버스에서 내리니 예상 기온보다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다. 바닷가 근처여서 그런 건가라고 나름의 추측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층 빌딩이 큼직큼직하고 대도시 느낌이었다. 우와. 뭔가 새롭고 신기한 느낌이야.


약간 쌀쌀해서 지난 모스크바 여행 중 추워서 지나가다 산 싸구려 갈색 장갑을 꺼내 끼고 코트를 여몄다. 해운대 바닷가로 나가는 길은 북적북적 관광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와 부산 밀면집이다! 5천 원대라니 가격도 되게 저렴하네. 순대국밥집은 아직 11시임에도 줄이 길었다. 멀리 인도요리집 보였다. 저기가 얼마 전 부산대 출신 동료가 말해준 해운대 맛집인가. 내가 인도요리를 좋아한다 하니 해운대 앞에 맛집이 있다고 한 게 생각났다. 해운대 빛 축제 장식도 있었는데 아직 낮이라 죽어있었다.


해안가를 목전에 둔 횡단보도 앞. 너무 기대되고 흥분되었다. 점차 밝은 햇빛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 산 플럼색 코트를 입고 와서 더 기분이 좋았다.

지나가던 중학생이 찍어준 사진

드디어 모래사장에 들어왔다. 뻥 뚫린 시야에는 고층 빌딩과 멀리 언덕마을, 시야를 중앙으로 돌리니 높은 하늘에 멋있는 구름들, 구름 사이로 들어오는 얇은 줄기의 햇살들이 보였다. 와 정말 멋있다! 바다의 파도 소리는 찰싹찰싹. 몇 달 전 간 동해바다랑 다른 느낌의 파도와 분위기였다. 모래색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행복감에 가득 차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우와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어제는 마침 꿈에 나온, 예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의 사진에 꿈에 나왔는데 보고 싶다고 댓글을 달았더니,

-온니 창원에서 잘 지내고 있어용?
-즐거움 8 우울함 2야
-타지에서 외롭진 않아요? 대다내 대다내
-외롭지만 외로움도 필요하니까 그냥 두고 있오. 주변 동료들이 항상 웃게 해 줘. 00 이 보구싶당
-외로움도 필요하니까ㅎㅎ저두 언니 보고파요 언니 피드 더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창원 일상 재밌어요!


어제는 우울감과 슬픔이 가득 차 보이는 내게 동료들이 걱정하는 따뜻한 눈빛을 보내 주거나 고민 없이 웃게 해 주며 기분을 풀어주었다. 내가 여성이어서, 직장이어서 조심스럽고 한계가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따스함을 느끼게 해 주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기저에 깔린 깊은 우울감은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바다와 풍경을 보니 한 번에 씻겼다.


감정의 파고가 굵은 사람은 잔잔한 파도를 일상적으로 맞이해 넘는 사람이 정말 부럽다. 그래도 우울함을 표현하는 성격인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좋게 생각해서 영감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재미로 보내준 mbti 유형 분석에 하나하나 공감을 했다. 내 유형인 사람들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특히 겉으론 인싸 속으론 아싸라는 문구. 한대리가 직장 내에 안 친한 사람이 있어요? 우울하다고? 니가?

나는 상당한 인싸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나자신은 인싸라는 생각이 안든다. 아싸가 멋있고 편하며 아싸를 지향한다. 사실 근본의 나는 아싸유형에 명백히 부합하는 성격이다. 혼자가 제일 마음 편하다.


편안함과 새로움의 균형이 필요할 때 딱 부산에 잘 간 것 같다.

이번 주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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