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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Jan 11. 2020

내가 뭐라고


성격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성격이 좀 특이한 것 같은데?

너무 예뻐요

모델 같아요

서울의 커리어우먼 같아요

옷이 너무 예뻐요 항상 포인트를 하나씩 주는 것 같아요

너무 이쁜 거 아니에요?

잠깐 얘기했지만 재미있는 사람 같아요 같이 일하고 싶어요 우리 지사로 와요

은색이 잘 어울려요

버건디 아이섀도우가 잘 어울려요

빨간색 립스틱이 예뻐요

많이 봐야 스물다섯 같은데

이렇게 이쁜 아가씨 보러 오게 될 줄 몰랐네

항상 밝고 배려가 있더라구요

닮고 싶은 성격이야

부러운 성격이야

니가 있어 좋아

여기 더 있어야 하는데

다른 데로 가지 마세요

넌 뭐든 잘 할기다



“아 망했다. 그만 살고 싶다.” 옆자리 동료가 말했다.

“왜요?”

“결재 완전 잘못 올렸어요.”

“에이 뭐, 저도 사는데요 뭐.”

“네.. 네? 저보다 뭐가 그리 열등하다고 그런 말을 해요.” 당황해하며 물었다.

“살고 싶은 의지나 원동력이 없어요. 그냥 좀 인생을 쉬고 싶어요.”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무슨 일은 없는데. 그냥 저는 그래요.”

“난 그래도 살고 싶은데. 못 해본 것도 많고. 여행도 더 가고 싶고.”

“해보고 싶은 거는 다 해본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그냥 지금 하고싶은 걸 하고, 생각하고, 말해서요.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가고 싶은 것보다 그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저 좀 죽여주세요.”

“왜 그런 거예요? 그럼 삶의 원동력이 뭔데요.”

“그냥 맥박이 뛰고 살아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사는 거예요. 죽을 순 없으니까요. 너무 다크하죠? 죄송해요.”



우울해서 그만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사람들이 한 번씩 예기치 않게 기분 좋은 말을 해주면 그래도 아주 반짝 기분이 좋다. 나를 그렇게 봐준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우편함을 보니 라트비아에서 리에나가 크리스마스, 새해 카드를 보내줬다. 오늘은 베를린에서 친구 프란지가 깜짝 소포를 보냈다고 메시지가 왔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고 챙겨주는지. 송구스럽다.


미드나잇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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