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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r 28. 2018

Swag 있는 사람

아주 주관적인


나는 무언가 자기만의 '멋'이 있는 사람이 가진 그 멋이 내가 멋있다고 느껴지는 멋일 때 스웩이 있다고 표현한다. '뭐 어때' 하는 쿨함과 그 쿨함이 과하지 않을 때 멋있는 것 같다. 물론 과하지 않게 느끼는 건 내 기준이다.


가슴이 작아도 뽕브라를 하지 않는 여자는 스웩이 있어 보인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뽕브라한 사람을 많이 못 봤는데, 가슴이 작든 작지 않든 한국 여자라면 거의 뽕브라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A컵이라면 뽕이 없는 브라를 찾기가 더 힘들다. 나도 한 때는 뽕브라만 고집할 때가 있었다. 뭔가 풍만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게 예뻐 보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말랐는데 가슴도 납작한 채로 다니는 사람에게 스웩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왠지 모르게 가슴이 없으면 어때?라고 말하는 것 같아 멋져 보이게 되었다.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도 래시가드로 꽁꽁 숨긴 것보다 비키니 입은 여자가 더 쿨해 보인다. 이와 반대로 누가 봐도 뽕브라를 한 것 같이 옷 위로 동그랗고 꽉 찬 태가 드러나면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 뽕브라를 한 채로 딱 달라붙는 형태의 옷을 입고 자신감을 뽐 내고 걷는 듯한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난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관점이 주관적이고 일관적이지 않은 것이, 화장을 하지 않은 채로 다니거나 골반이 없는데 윗 옷을 넣어 입고 다니는 것은 별로 스웩이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꾸미지 않은 것 같은 데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사람이 스웩이 있어 보인다. 화려한 색감도 포인트로 전혀 과하지 않게 사용되어 조화로울 때 그 과감함이 멋져 보이고 감각 있어 보인다. 화려한 외모의 사람이 이를 드러내지 않고 적당히 감출 때도 감탄이 나온다. 한편,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주고 신경 쓴 것 같은 사람을 보면 무언가 발악하는 것 같아 보인다. 또 악세사리가 온몸에 주렁주렁 화려하면 무당 같아 보이기도 하다. 제일 최악은 엄청나게 꾸민 것 같은데 촌스럽고 저렴해 보이는 것이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결혼식에 갈 때마다 꼭 명품백을 고집해서 들고나가는 사람은 스웩이 없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싶은 듯한 속마음이 밖으로 드러날 때 그러하다. 이때 또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발동한 나는 보란 듯이 여행 중에 산 저렴한 가방을 메고 나간다. '명품백을 메지 않아도 명품백을 든 너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듯이. 이것 역시 무언가 뒤틀린 생각 같기도 하다.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보면 왠지 꺾어주고 싶다는 이상한 마음을 갖는 것 같다. 나는 뒤틀린 우월감을 가질 때가 또 종종 있는데, 가끔 지하철에서 보기에도 아찔한 하이힐을 신은 여자를 발견하면 옆에 다가가 선다. 왠지 모르게 그런 하이힐을 신고 꼿꼿하게 서 있는 여자들은 자신이 예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럴 때면 스윽 다가가 그 여자가 거울로 내가 보이게 옆에 서서 '그렇게 높은 하이힐을 신었는데도 나보다 한참 작네.' 하고 생각한다. 그 여자는 신경도 안 쓸 텐데 말이다. 나 혼자만의 이상한 우월감을 잠깐 느낀다.



내가 스웩이 있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의외로 키가 작은 사람이 많다.

내가 겪은 키 큰 남자들은 자신이 키가 큰 것이 매력 요소이며 옷을 입어도 태가 나고 멋있기 쉽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177 이상인 남자를 의외로 찾기가 어렵기에 만나 본 사람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키가 작아 옷을 입어도 태가 덜난다는 상대적 약점을 가지고도 적당히 깔끔하게 입고 (위에서 말했듯이 지나치게 신경 쓴 티는 전혀 나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장착한 사람에게서 스웩이 느껴진다. 특히 키가 작은 것을 컴플렉스로 생각하지 않는 '뉘앙스'가 풍겨질 때 그렇다.


여자들 중에서도 작은 키를 가진 사람 중에 매일같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패션으로 신은 것일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키를 감추기 위해 발악하는 것 같아 보이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키가 작아도 운동화 같은 낮은 신발을 신었을 때나 커 보이는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고 자유롭게 옷을 입을 때 스웩 있어 보일 때가 있다.



자기가 잘 난 것을 안다는 눈빛은 스웩이 있어 보인다.

위에서 키 큰 남자가 자기가 키 큰 것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은 스웩이 없어 보인다고 했으나, 이것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눈이 마주쳤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신의 매력요소를 안다는 눈빛을 뿜어내는 사람에게서 스웩이 느껴진다. 눈을 쳐다봤을 때 순간적으로 '당신 나의 00한 점에 반한 것 알고 있어'라는 눈빛을 쏘는 사람이 가진 자신감과 확신의 반짝거림에 순간적으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분별력을 가진 자가 주는 스웩이 있다. 

일을 할 때나 여러 목적으로 토론을 할 때 등등 여러 이익이 충돌할 때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 또는 허접한 것을 교묘하고 달콤하게 포장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무더기 사이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눈을 가진 사람이 풍기는 멋이 대단하다. 그러한 옥석을 손쉽게 가려내는 분별력을 갖기까지 그 사람이 쌓은 내공과 그 노력이 대단해 보여 순간 멍해진다.



누가 봐도 정말 잘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치를 진심으로 인정할 때 스웩이 느껴진다. 잘났다는 기준은 다 다를 수 있으나 흔히 말하는 사회적인 기준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잘난 사람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며 높이고 부족한 자신을 되돌아보는 마음이 진실되게 느껴질 때 그 사람은 더 이상 우리의 비교대상이 아닌 천상계?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들에게는 질투도, 조금이라도 흠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감히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사람은 발견되기가 쉽지 않다.

흔히 잘났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잘난 줄 알고 있기가 쉽고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은 이들이 겸손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들 중 '적당히' 겸손한 사람까지는 찾을 수 있을지라도 천상계 사람은 정말 희귀하고 존경스럽다. 여태까지 딱 한 명 봤다. 이들에게 인정받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발견된 것에 더욱 뿌듯해하며 기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굉장히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공통적으로 아마 나는 건강한 자신감과 건전한 자기 확신을 가진 채 빛나는 사람, 과하지 않은 '정도'를 알고 지키며 멋을 풍기는 사람에게서 스웩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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