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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Sep 25. 2018

가을 감성 한스푼

입체적인


후각이 예민하게 발달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둔한 편에 가깝다. 그래도 냄새를 맡으면 떠오르는 추억에는 잘 빠진다.


그 추억의 냄새는 공기에 따라 갑자기 훅 올라온다.


어제는 저녁 먹고 깜깜해진 밤 거리를 산책하다 알싸해진 밤공기에 수능이 가까워지는 날씨임을 느꼈다. 날씨가 점점 싸늘해질 때면 습관적으로 긴장된다. 인생에서 최고로 긴장하고 불안한 시기. 나의 실력과 미래에 대해 애써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시기. 수능과 상관없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수능에는 애증의 감정을 느낀다.

으으 그 날씨, 공기 냄새는 몸을 움츠리게 한다. 애써 그 공기를 잊고 다른 공기를 맡고 싶다.


이와 동시에 파티가 끝나고 친구들과 나와 밤이라 운행하지 않는 트램 선로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맡던 밤공기도 떠올랐다.

 

적당히 차갑고 건조하던 밤공기.
대학생시절 그때 그 친구들과 그 거리, 형형색색조화롭지 않아 조화로운, 맞춰입은 컨셉 의상,
재미있는 대화들.


매주 파티가 있었지만 게으른 집순이인 나는 아주 가끔씩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갔지만 나갈 때마다 재미있었다. 떠들썩하게 노는 것도 신나고 즐거워하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가을이 되면 옆에 앉는 사람들의 향수 냄새도 깊고 다양해진다. 지하철 빈자리에 앉았는데 익숙하고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외국에서 내가 살던 도시의 시내로 나가 지하도로를 지날 때면 항상 입구에서 카라멜과 계피향, 설탕 가득 씌운 달달한 땅콩냄새가 진하게 났는데, 그리웠던 그 냄새가 난다. 옆에 앉은 여성분의 향수 냄새인 것 같다.


도시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낡은 트램들, 분주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회색 느낌의 우중충한 얼굴들, 다양하게 섞인 냄새, 잊고 있었던 내가 다니던 거리 골목 곳곳이 떠오른다. 세련되고 활기찬 분위기보다 낡고 우중충한 느낌의 공간은 내가 어떤 시공간에 있는지 착각이 들게 하며 몽롱해진다. 조금 느려도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더 좋다.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계절 가을에, 000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모시던 분을 대신해 각종 인사말을 썼던 나의 표현은 가을에 훨씬 풍성해졌고 깊고 다양한 감성을 담을 수 있었다.



나는 가을을 좋아하나보다.

입술에 내가 좋아하는 검붉은 계열의 색을 올리기에 제일 적당한 계절.

만추의 탕웨이라도 된양 깊고 그윽해지는 감성.

내 몽롱한 감성을 제일 잘 이해해줄 것 같은 황금색 은행나무.

추운데 가끔씩 따뜻한 햇살.

다양한 종류의 차를 우려 우유 혹은 두유를 넣은 밀크티의 향과 맛을 즐기기 좋은 날씨.

특히 계피향 풍부하게 나는 밀크티.


좋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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