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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퉁불퉁울 Nov 07. 2020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모른다.

사랑하는 아들아.

본격적으로 육아가 시작되니 몸이 많이 지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몽사몽 천근만근 몸상태로 너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진단다.

행복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오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모른다.'이다.

무엇을 잘 모른다는 말일까.

조금씩 이야기해보자.


주변을 둘러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조금 나쁘게 말하면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본인들이 왜 그러고 있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열심히 먹이를 나르는 개미를 보고 참 인생 제대로 사는구나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삶의 방식을, 방향을 추천해주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삶의 방식을, 방향을 권장하는 책들도 있다.

아빠도 그중에 하나가 되겠구나.

그런데 아빠도 잘 모른단다.

인생이라는 것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단다.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을 모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봤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인생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같은 것들은 흔하지 않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태어나서 할 수 있는 경험의 수가 제한적이다.

경험의 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인생 또한 제한적이다.


소설가와 작가들은 자신들이 살아보지 않은 삶을 그려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전 조사를 거친다.

오히려 실제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사전 조사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묘사한 그 삶을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봤을 땐 어색한 것, 말이 안 되는 것 투성이다.

의학드라마를 의사들은 욕하면서 보고,

법정 드라마를 판검사들은 욕하면서 보지 않느냐.


사람은 자기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 간접경험만이 가능할 뿐인데,

슬프게도 그 간접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런 간접경험을 내가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것은 마치 병영 캠프를 다녀와서 군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회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한다고 요리사들의 고충을 잘 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본 삶에 대해서만 알 뿐이다.

심지어 그것도 아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살아보지 않은 삶에 비해서 조금 더 잘 알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고려할 것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다른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무엇인가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그룹으로 묶어서 분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과, 이과, 예체능이라는 분류가 생기는 것이고,

성격유형검사 같은 것들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같은 유형에 속하는 사람일지라도 모두 다 다르다.

조금 다른 게 아니라 많이 다르다.

같은 일을 경험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른다.

그런데 같은 일을 경험한다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사람은 각자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 다른 것을 경험하게 되고 각자 다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조금 단순화시켜서 정리해보자.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삶에 대해서만 진짜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 다른 경험을 한다.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은 진짜로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조금 더 정확하게 써주겠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조금만 더 정확하게 써보겠다.

다른 사람들은 너에 대해서 잘 모른다.


네가 조금 더 자라고 네가 학창 시절을 지나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아빠도 너에 대해서 잘 모르게 될 것이다.

아빠도 너의 인생을 직접 살아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빠도 너의 인생을 너를 지켜보면서, 너와 대화하면서 간접 경험할 뿐이다.


세상 아무도 네 인생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니 아들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같은 질문들,

정말이지 행복한 네 인생을 위해 너무 중요한 질문들의 답을

남들에게서 얻으려는 어리석은 일만큼은 하지 않길 바란다.


물론 남들의 조언을 얻는 것은 중요하다.

롤모델을 정하고 그에 대해 탐구하고 배우려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들을 네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날고 기는 사람들도 사실 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단다.


네 인생을 세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 너이다.

중요한 결정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는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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