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네가 사고 없는 평온한 살아갔으면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이상적인 세상은 없다.
결국 사고 또한 살면서 반드시 넘어가야 할 산인 것이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말하고자 한다.
사람에게 해를 입혔거나 말썽을 일으킨 나쁜 짓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뜻밖에 일어나는 일들의 연속이며 그런 일들은 행복한 일이기도, 불행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는 계속 찾아온다.
파도처럼 계속 밀려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계속 밀려오는 사고에게 늘 당하기만 해야 할까.
대처도 하지 못한 채 뜻밖에 일어난 불행에 몸과 마음을 다치면서 살아가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큰 파도도 그 파도를 피하고자 하고 무서워하는 자들에게는 재난이 되고,
그 파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전기를 만들어주는 귀한 자원이 되기도 하고 스릴을 만들어주는 취미 자원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세상 모든 것의 성질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그것을 대하는 마인드를 따라간다.
당연히 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사고를 두려워하고, 마주치는 것에 대한 대비 조차 못하고 있다면 사고는 나에게 상처만을 줄 뿐이다.
하지만 사고를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거꾸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고를 이용하는 방법이 뭐길래 아빠가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그 힌트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있다.
하인리히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옛날 사람이다.
산업재해를 분석하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로 중상자가 1명 발생했을 경우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뻔한 사람이 300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래서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같은 원인이 방치되었을 경우 큰 사고, 작은 사고, 미미한 사고가 1:29:300의 비율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통해서 우리에게 이미 발생한 사고를 큰 사고의 발생을 막아주는 경고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큰 피해를 가하지 않는 작은 사고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큰 사고를 비껴가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작은 사고는 정말 큰 행운이다.
작은 사고는 너에게,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다.
너의 응가를 처음 닦아줄 때의 일이다.
처음 써보는 신생아 비데 위에서 너를 닦아주다가 신생아 비데가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다.
아빠도 처음이라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엄청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천만다행으로 네가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처음엔 너무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이유를 찾아보았고, 제품의 체결부위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 방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용시마다 체결 부위를 확인하고 사용 중이다.
오히려 너를 닦아주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신생아 비데에 대한 믿음이 쌓인 상태였으면 정말 큰 사고가 터졌을 것이다.
아빠의 마음은 많이 놀랐지만 네가 다치지 않은 사고는 오히려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이런 예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몸이 자꾸 피곤하고 탈이 난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신호이다.
더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네 몸을 돌아보라는 신호이다.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다.
안 틀리던 문제를 조금씩 틀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너의 뇌가 보내는 신호이다.
그 부분을 다시 보충하지 않으면 너의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다음 시험에서 반드시 떨어진 성적을 받아볼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잦은 의견 충돌 또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신호이다.
둘 사이에 해결해야 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이 신호를 무시한다면 둘 사이에 큰 다툼이 일어나거나 소중한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큰 사고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그 사고를 원망한다.
왜 내가 이런 사고를 당해야 하는지, 왜 내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사람들은 그 세상을 원망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세상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경고를 준다.
그 경고가 작은 사고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들아.
작은 사고에 낙담하지 말자.
작은 사고는 우리 인생에서 큰 사고를 마주칠 확률을 줄여주는 경고등이다.
다만 작은 사고를 우리 편으로 만들려면, 그것을 인지하고 그 사고로부터 우리 삶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주변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탈이 날 수 있는 원인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삶을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