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퉁불퉁울 Nov 16. 2020

인생은 기성복이다.

아들아.

이제 신생아 딱지를 뗀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아.


오늘도 너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적기 위해 글을 쓴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만,

그 넓은 범위를 딱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인생은 기성복이다.


이 세상은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간다.

내가 없다면 내 주변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가면 그 빈자리의 자리마저 사라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상에 내가 우렁차게 태어난 것이다.


고로 세상에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부모님의 사랑조차도, 아빠의 너에 대한 사랑도 오롯이 널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랑에는 부모 자신의 만족 또한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은 기성복이다.

나를 위해 맞춰진 옷 따위, 나를 위해 맞춰진 시나리오 따위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날 위해 만들어진 무엇인가를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파랑새를 찾아서 그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나에게 딱 맞는 사랑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그런 사랑은 없다.

아빠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단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너보다 엄마를 더욱 사랑한단다.

엄마는 아빠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아빠 인생의 모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아빠가 모든 면에서 서로 딱 맞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만나기 전에 이미 태어났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에게 딱 맞는 직장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그런 직장도 없다.

단점이 장점보다 크게 느껴진다면 직장을 옮길 생각을 한다.

옮긴 직장에서 이전 직장에서 느꼈던 단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한 동안은 만족하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란 놈은 기어코 다른 단점을 찾아서 네 앞에 가져다줄 것이다.

마찬가지다.

직장 또한 널 위해 만들어진 맞춤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려면 몇십가지라도 찾아낼 수 있다.

세상에 나에게 딱 맞는 것은 없다.

인생은 기성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래도 인생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 딱 맞는 옷을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나와 핏이 맞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다녀야 할 것이다.

이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다.


자기 형편에 불만을 갖지 말고 평안하게 살라는 안분지족의 태도와는 다르다.

자기 형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열심히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라.

하지만 아무리 옷을 갈아입어도 내 몸에 정말이지 꼭 맞는 옷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

그렇기에 나와 핏이 맞는 옷을, 내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다면 그 옷을 사서 입어라.


나에게 딱 맞는 사랑은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랑은 있다.

1부터 100까지 모든 모습을 최고의 감정으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랑은 없다.

하지만 내가 최고로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사랑은 있다.

나와 핏이 맞는 사랑을 찾아라.


나에게 딱 맞는 직장은 없다.

하지만 여기다 싶은 직장은 있다.

일하면서 매 순간이 보람으로 가득 차고 통장은 돈으로 가득 찰 수 있는 직장은 없다.

하지만 자잘한 역경들을 헤쳐나가면서 나의 성장과 행복을 이끌어줄 직장은 있다.

나와 핏이 맞는 직장을 찾아라.


인생의 방향을 바꾸길 바란다.

나에게 맞지 않는 보기들을 잔뜩 늘어놓고 나와 완벽하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데 시간을 버리지 말아라.

내 마음이 가는, 나와 잘 맞는 것으로도 인생은 충분하다.



이전 09화 자존심보단 자존감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