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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퉁불퉁울 Nov 20. 2020

도전으로 우연한 성취를 마주해라.

아들아.

오늘 밤도 너는 잠을 쉽게 자지 않는구나.

밤도 꽤나 깊었고 잠도 오지 않는 관계로 오늘도 너에게 중요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아무래도 어떤 기백이 필요하다.

어떤 기백이냐면 세상도 살아가 볼 만하다, 생각보다 만만하다는 기백이 필요하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이렇게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혹시나  이미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아주 큰 행운이다.


세상은 실제로 살아가 볼 만하기도 하고,

도저히 버티어 내기가 힘들기도 하다.

생각보다 아주 쉽기도 하고,

그리고 또 생각보다 아주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세상이 실제로 어떠하든 우리는 기왕 세상에 우렁차게 태어난 거 잘 살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가끔 힘들 수는 있어서 어찌 됐건 즐거운 곳이며 내 힘으로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정반대의 느낌을 가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세상은 아주 살기 힘든 곳이며 내가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 사람들을 욕하거나 비웃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볼 만하다고 느끼며 어떤 사람들이 세상을 절망적인 곳으로 느끼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이다.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를 생각해보자.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기대하면 많은 노력을 투입한다.

영어도 미리 시켜보고, 수학도 미리 시켜본다.

하지만 분명히 재능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고, 세상에 모든 것이 노력을 투입을 한다고 그에 합당한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무엇인가를 잘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은 그 무엇인가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잘하는 사람의 비율은 낮다.

무엇인가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은 높다.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많은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는데 실패하게 되고, 수학을 잘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아이는 일차적으로 본인이 노력을 투입한 곳에서 실패를 맛보게 된다.


부모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없을 리 없어.

단지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이야.


그리고 교육방식을 바꾼다.

같은 교육 방식을 유지했다면 조금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별다른 아웃풋이 없는 것을 보고 방향을 바꾸어버린다.

학원을 바꾸고 교재를 바꾼다.

하지만 성적은 마찬가지로 신통치 않다.

어쩔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성적이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이 훨씬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시 한번 본인의 노력을 투입했지만 실패를 맞이해야 한다.


부모는 드디어 아이의 길이 공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본인들의 눈에는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기보다, 누구는 일 년 준비해서 대학 갔다더라는 카더라를 듣고 아이의 진로를 예체능으로 변경한다.

하지만 예체능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재능이 지배한다.

아이는 역시나 노력을 투입해보지만 썩 대단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또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삶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예체능에 재능이 있지도 않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재능이 있다.

부모에 의해, 사회 제도에 의해 그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고 묻어둘 뿐이다.

본인의 재능이 묻혀있는 곳을 파고 내려가지 못한다.

본인의 재능과는 전혀 무관한, 남들의 기대에 맞는 위치에서 헛된 노력을 투입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투입한 노력이 아깝다.

투입한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사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시간 낭비, 노력 낭비가 아니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그들이 자신의 노력을 투입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해본 적이 없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세상은 안간힘을 써도 별 수가 없다는 패배감을 마음 깊숙이 새기게 된다.

내가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무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20살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학습된 그 패배감과 무력감은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이어야 할 20대를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시기로 바꾸어버린다.

결국 도전이란 것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삶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별 것 없다.

우연히 공부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그 재능을 커버할 만큼의 노력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재능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냥 어쩌다 공부를 해봤는데 높은 성취를 이뤄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공부하면 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 마음이 있어야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고 열심히 해야 잘할 수 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그 운동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우연히 그 운동을 해봤다가 본인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히 쉽게 골을 넣는다거나 남을 쉽게 이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연한 성취의 중요성이다.

우연한 성취는 삶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내가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우연한 성취를 마주친 사람과 마주치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우연한 성취를 마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연이기 때문에 그저 앉아서 기도나 하고 있어야 할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우연한 성취를 마주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도전이다.

너무 뼈아프고 반복되는 실패들도 나의 도전력이 다 소진되어 버리기 전에

계속해서 짧고 진정성 있는 도전들을 반복해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짧게 휘두르는 방망이에 공이 맞는 경험을 했다면 앞으로 계속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70점을 맞을 노력을 쏟는데 전력투구하라는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축구를 해본 적 없는 리오넬 메시,

농구를 해본 적 없는 마이클 조던,

골프를 해본 적 없는 타이거 우즈,

피겨를 해본 적 없는 김연아 선수.


도전과 거기에 수반되는 우연한 성취의 경험이야 말로 인생을 쥐고 있는 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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