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인생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시간뿐이다.
인간은 유전자도 다르고, 그 유전자가 발현되어 나타나는 형질도 다르고, 태어났을 때의 환경도, 자라면서 마주치는 환경도 모두 다르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른 세상에서 시간만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사실 그 시간도 그 총량은 평등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시간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순간순간을 지칭한다.
이런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너의 인생이 달라진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시간에 끌려다니는 사람의 인생을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간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이 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체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네가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그 결심을 실행할 수 있는 체력이 없다면 그 목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고도로 설계된 시간의 예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을 위해선 체력이 필수이다.
아빠가 한창 공부를 해야 할 때였다.
처음에는 미친 사람처럼 휴일도 없이 하루에 16시간씩 공부하고 싶었다.
알차게 지옥 같은 계획을 세우고 수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며칠간을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점점 떨어져 갔고 체력과 함께 총명했던 정신력도 사라져 갔다.
결국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자리에 앉아있는 공부가 되어버렸고, 종국에는 그렇게 앉아있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계획을 바꾸어야 했다.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되 사이사이에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휴식을 넉넉하게 가졌고, 자꾸 떨어지는 체력을 잡아두기 위해 수험기간 동안 운동도 병행했다.
애초에 당시 아빠의 체력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수험 생활을 의지의 영역으로 판단하고 접근했지만 사실 이것은 체력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너를 위해 책을 쓰고 있지만,
이 책은 아빠의 계획보단 훨씬 천천히 쓰이고 있단다.
한 달, 길어야 두 달이면 완성될 것으로 계획했던 원고는 반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 중이란다.
급격하게 늘어난 체중과 갑작스럽게 줄어든 운동량, 저질이 되어버린 체력 수준이 그 원인이다.
아빠는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단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하기 위해 세워놓은 계획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들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아빠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직업을 설명할 때 첫 번째로 나와야 하는 것은 치과의사이고,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빠는 녹초가 되어버린다.
집에 가면 이것저것 더 일을 하고 자야지.
계획뿐이다.
휴일이 되면 꼭 원고도 쓰고 나머지 사업도 진척시켜야지.
이 또한 계획뿐이다.
휴일이 되면 더욱 늘어진다.
쉬어야 다음 주를 견뎌낼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찾아온다.
건강하지 못한 몸에서는 아무리 건강한 정신이라도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건강하지 못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은 뚱뚱해진 몸에 날씬하던 시절의 옷을 입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결국에는 찢어지고 터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옥중에서도, 그 이상의 극한의 상황에서도 굳건한 정신을 지켜내신 위인들을 책으로 만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이 위인인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내셨기 때문에 위인인 것이다.
그만큼 건강하지 못한 몸은 우리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거꾸로 체력의 여유가 있다면 우리는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수 있다.
건강한 신체에 반드시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은 아니고,
약한 신체에 반드시 나약한 정신이 깃드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사람이라면 신체가 건강할수록 정신 또한 더 맑아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인생을 너의 마음대로 설계하고 그 계획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체력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