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그만하라고!!!

일하다 발목 삐끗했을 뿐인데...

by 글쓴이의 생각

1년 넘게 오른쪽 발목이 아팠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삐끗한 걸 방치해서 그런 것 같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늦었지만 정형외과를 다녀왔다. 엑스레이 찍어보니 이단성골연골염이라고 했다. 참, 발음이 왜 이리 어려운가. 주사를 주 1회, 총 3번 맞아도 아프면 MRI를 찍고, 상황에 따라 수술할 수도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일단 의사가 시키는 대로 주사 맞고 약처방받고 발을 절뚝거리면서 일하러 갔다. 퇴근 후 집에 가니 발목은 부어있었고 약 먹고 얼음찜질하며 잠들었다. 3일 지나니 통증도 사라졌고 2번째 주사 맞는 날이 왔다. 사람은 적응 잘하는 동물이라고 이번엔 붓지도 않고 통증도 거의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 들었다.


집에 도착해 거실로 가보니 남편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를 쳐다보니 '의사는 술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해? 술 마시지 말랬지?'라고 뜬금없이 말했다. 내가 '아니, 왜 술 이야기? 주사 맞고 약 먹는데 술 안 마시는 거 정상 아니야? 의사가 일일이 마시지 마세요라고 하냐고. 그래, 치과는 한다. 내가 임플란트 할 때 최소 2주는 술, 담배, 목욕 등 하지 말라는 안내문 주더라.'라고 말했다.


나는 여기서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계속 말했다. '아니, 자기가 술을 좋아하는데 술 마시지 말라고 의사가 말하면 자기가 기분이 우울해질까 봐 그랬지~.'


자기야, 내가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이런 상태에서 마시면 미친 거지.
그건 알코올중독자로 입원해야지! 재정신이냐고!!!


남편은 깔깔거리면서 '참, 자기도 농담을 왜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말해놓고 급 짜증 냈다.


나는 아파서 병원 다니고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은 또 기분이 나쁘다면서 '그러니까 평상시에 술을 적당히 마시라고~~. 누가 자기 보고 아프라고 했어? 누가 자기 보고 술 마시라고 했어?'라고 난리를 쳤다.


'자기야, 다시 한번 말하겠는데 술 이야기 그만하라고요. 내가 발목 아픈 것도 이미 이야기했지만 1년 전부터 아팠고 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삐끗해서 이렇게 된 거고요. 술 때문에 아픈 게 아니에요. 술과 연결시키지 마요. 제발 대화 주제를 이상하게 하지 말라고요. 그리고 아픈 사람 걱정해야지 무슨 술이야기만 하냐고!'


이날 이후 남편은 내 눈치를 보는지 발목 상태를 물어봤다.

이제서야 정신 차렸나 싶었지만 며칠 후 내 발목 때문에 또다른 고구마 대화를 하게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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