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쉽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쉽게 마음을 주고 쉽게 상처받기를 반복한다.
연민이 드는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그 사람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서 내가 치유해주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책임감이 생겨버린다.
그러다 보면 연민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혼돈하게 된다.
연민과 동경과 사랑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이 들면, 그 사람이 좋아진다.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 버린다.
참 신기하다.
내가 고생해서라도 그 사람을 행복하게 했을 때 느껴지는 기쁨은 너무나 크다.
내 모든 걸 주고 싶고 내 모든 품을 내어주고 싶어진다.
사랑이라고 착각하기가 너무 쉬운 감정이 아닌가.
연민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의 끝은 비참하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애초에 연민으로 사랑을 키워가고, 연민이라는 감정에만 몰두하여 상대를 '잘' 바라보지 못한 나의 탓?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나에게 그런 모습만 보여주며 진실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대한 상대의 탓?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사랑은 연민으로부터 시작되면 안 될 것 같다.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렵다.
그래서 애초에 구분해야 할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연민인지, 동경인지, 사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