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짐

by 유현



삶을 살기 위해선 무뎌지는 편이 편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뎌져야 삶이 조금이나마 괜찮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무뎌진다는 게 너무 슬프다. 온전히 날 것의 감정이 아니라, 세상과 타협하며 나의 일부가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 날 것의 상태로 산다는 건 내가 온전히 '나'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무뎌진다는 건 내가 온전히 나인 상태일 수 없다는 것 아닌가? 너무 슬픈 말이다.


분명 무뎌져야 이 세상을 버틸 수 있을 텐데, 슬프다. 어쩔 수 없다는 것임을 알지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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