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엄마와 유럽, 우리의 갑작스러운 동행

7040 모자의 특별한 서유럽동행

by 라이팅코치 정희도

"희도야 나랑 해외 가자!"

"이.. 이렇게 갑자기요..?"


우리 인생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은 일상의 매 순간이 기적이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제안이었다. 갑작스러웠지만, 또 마냥 갑작스럽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늘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공부하는데 적극적이셨다. 여행도 좋아하셨다.


어릴 적 내 기억에도 어머니가 늘 앉아서 무엇인가를 공부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을 보고도 책상에 앉기를 거부한 나였다.

나는 돌연변이가 아닌가 생각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은 확연히 다른 결을 가지셨다.

두 분의 MBTI를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반대 성향임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여행을 좋아하셨고, 아버지는 집에서 조용히 책 보는 것을 좋아하셨다.

이것이 이때로는 부부간의 갈등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의 해외여행 파트너는 지인과 친구분들이 되기도 했다.

정확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오래전 중국 장가계를 친구분들과 다녀오시기도 했다.


어머니는 평생 서유럽을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셨다.

바쁘게 살던 터라 그 사실을 잊고 살았다.

그랬던 어머니가 올해 4월, 서유럽여행을 제안하셨다.


제안을 듣는 순간 여러 고민되는 마음이 올라왔다.

내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움직였다.

채 1달이 남지 않은 기간, 일정이 맞을까? 시간은 어떻게 내지? 비용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지? 가능할까? 너무 촉박한데!


어머니는 평생을 나와 가족을 위해 정성을 기울여주셨다.

그런 어머니의 정성 앞에서도 나는 나대로 머릿속을 굴리고 있었다.

잔머리 같은 계산을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한 마디 덕분이었다.


"아유, 요즘엔 다리에 힘이 없네. 이제는 오래 걷는 것도 점점 자신이 없다."


지난 명절 어머니와 맨발 걷기를 할 때였다.

어머니는 여러 건강 문제로 살이 정말 많이 빠지셨다.

갈수록 야위어 가는 어머니 뒷모습을 보며 마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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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마음의 소리가 울렸다.

결국 우리 모자는 난생처음 단둘이 떠나는 서유럽 여행을 결심했다.

그래! 평생 나를 '바라지' 해주신 어머니, 이번엔 내가 제대로 보필해 드려야지!


결정 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잘 다녀오라고 금일봉과 함께 우리 모자의 여행을 적극 지원해 주었다.

서둘러 여행사를 알아봤다. 일정이 촉박해 상품이 몇 개 없었다.

어머니 연세를 고려해 3개국을 알아봤지만, 어머니 의견은 반대였다.


"여행사도 이름 있는 곳으로 하고, 4개국으로 하자. 이왕 가는 것 많이 보고 봐야지"


결국 어머니가 원하시는 조건에 딱 맞는 상품이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올라왔다.

다행히 모두투어 8박 10일 서유럽 4개국 여행상품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마침 날짜도 희망하는 나라도 모두 딱 맞았다.


한 달도 남지 않는 기간 준비가 시작되었다.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와 많은 연락을 했다.

여권 사진요청, 준비물 안내, 여행사 주의사항 전달, 비행기 좌석 위치와 화장실 동선까지

생각보다 살피고 챙길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점점 조급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침착하게 준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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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방문하던 나였다.

안부 전화는 보다 카톡으로 근황을 대신하던 나였다.

함께 든든한 멤버십을 맺기로 한 후 우리는 서로의 마니또가 되었다.


출국 전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어머니는 매사를 조심하셨다.

감기 증세가 있던 아버지는 안방에서 다른 방으로 격리되었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고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어머니는 예민하셨다.


"아니 캐리어를 그렇게 세게 닫으면 어떡해? 지퍼 고장 날 수도 있잖아!"

"그럼 캐리어를 이렇게 닫지 어떻게 닫아요!!"


나도 모르게 날 선 반응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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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나를 돌이켰다.

사실 설레는 마음보다 긴장되는 마음이 많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첫 투어 여행,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연로하신 어머니.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고민과 염려되는 마음들이 컸다.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순간순간을 소중히, 감사히 여기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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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떻게 변변찮은 가방 하나 없니?"


어머니 눈에는 늘 내가 부족한 아들로 보였다.

마흔 넘도록 어머니 마음에 쏙 드는 곳에 자리 잡지 못하는 아들.

입고 다니는 것도 변변찮게 느껴지는 그런 아들로 보였다.

이번엔 장거리 여행용으로 가져온 내 보조가방이 마음에 안 드셨나 보다.


"아니 어머니.. 그래도 그 매장은 좀..."

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사랑은 명품 매장도 거침없이 들어가게 했다.

설마 가방을 사주시려고 하나..? 혹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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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마더의 발걸음은 당당했다.


"여긴 비싸기만 하고 맘에 드는 게 없네"

70대 어머니는 40대 나보다 더 현명하셨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본격적인 모자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밖 풍경보다 어머니에게 신경이 더 많이 쓰였다.

좌석은 어떠신지, 기내식에 불편함은 없으신지, 화장실 사용 등 여러 부분들이 신경 쓰였다.


앉아서 주무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데 괜히 마음이 아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돈이라도 많이 벌어 놓을껄!

어머니 편하게 누워서 가시면 참 좋았겠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이소에서 산 수면안대를 어머니에게 씌워드리는 것과

어머니가 식사하실 때, 화장실 가실 때 불편하지 않도록 보조해 드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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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복잡한 마음속에서도, 어머니와 함께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감사함이 차올랐다.


"어머! 어머니와 아드님이 함께 오셨나 봐요? 너무 보기 좋아요!"

오른쪽 비행기 창 측에 앉은 여성분이 말씀하셨다.

볼펜을 빌려드리며 우리의 말문이 트였다.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그분은 다른 여행사로 서유럽을 간다고 말씀하셨다.

여행지의 첫 인연이 비행기에서 생겼다. 그분을 통해서 서유럽 현지 정보들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우리 아들도 나중에 크면 이렇게 같이 오면 좋겠네요! 정말 효자세요!"

어머니와 나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머니는 기내식을 드시고 영화를 보고 주무시다 화장실을 다녀오시기를 반복했다.

13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꿈에 그리던 로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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