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 아말피, 어머니의 '소녀 미소' 인생사진

7040 모자의 특별한 서유럽동행

by 라이팅코치 정희도


[1일차]로마 공항, 캐리어 실종사건과 이탈리아의 밤

13시간의 비행 끝에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이 우리를 맞았다.

반갑고 설레는 마음도 잠시 우리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일행 중 한 분의 캐리어가 나오지 않았다.

캐리어 주인이었던 어르신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아니 내가 분명히 태그까지 붙여서 넣은 게 맞다니까!?"

아무리 기다려도 캐리어는 나오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모두투어 담당 안내자님은 동분서주 뛰어다니셨다.

그녀는 속사포 같은 외국어로 공항 관계자분과 소통을 이어나갔다.


결국 범인이 밝혀졌다. 바로 다른 여행의 한국 여행자가 가져간 것이었다.

"아이고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남의 가방을 그렇게 가져갈꼬.. 저런.."

긴 비행에 지친 어머니는 읊조리듯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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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수화물 수취대를 뒤로하고 우리도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느새 이탈리아의 밤이 우리를 환영했다.

좌석에 앉자마자 어머니는 눈을 붙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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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님은 이동하면서도 우리에게 다양한 설명을 해주었다.

여행을 하면서 선택할 여행상품과 전기가 부족한 이탈리아 현지 상황까지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상의를 한 후 우리는 모든 옵션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왕 온 거 최대한 많이 보고 가야지. 다 선택하자."


늦은 밤, 숙소에 도착했다. 드디어 나도 어머니도 몸을 편하게

눕힐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어머니가 손수 챙긴 방울토마토를 먹고

짐을 정리했다. 시차로 인해 어머니는 피곤해하셨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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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아침] 70대 어머니를웃게 한 '안젤로' 가이드님

피곤해서 일어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비교적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빵으로 시작하는 조식은 오랜만이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어머니는 어떨까 궁금했다.

"어머니 식사는 어때요? 입맛에 맞으셔요?"

"여긴 치즈가 맛있네." 다행이었다.


모두 귀에 못이 막힐 정도로 소지품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절대로 절대로! 중요한 물품을 몸에서 떼어놓으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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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때도 가방을 메고 식사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짠했지만

나 역시 가방을 메고 어머니를 마주하며 식사하고 있었다.

문득 역시 한국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말피로 향하는 아침, 우리는 이탈리아 최고의 가이드, 안젤로님을 만났다.

6대 4의 가르마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 까무잡잡한 피부와 오뚝한 코,

경상도가 고향으로 추정되는 구수한 말투 마이크를 한 손에 든 그는 천하무적이었다.


그의 입담과 해박한 역사 이야기에 어머니는 금세 소녀처럼 웃으셨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나 역시 더더욱 안젤로 님과 눈 맞춤을 하면서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안젤로님은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셨고. 아마도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어머니는 "아이고 참 그걸 몰라" 하시며 방긋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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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 아말피, 어머니의 '소녀 미소' 인생사진

우리가 도착한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 남부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 아말피 해안도로였다.

최대한 어머니 사진을 많이 담고 싶었다.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어머니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셨다.

이탈리아에서 어머니는 어머니도 부인도 아닌 소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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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구불구불한 절벽 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아찔했다.

어머니는 혹시라도 버스가 떨어질까봐 바다를 응시하기도 하셨다.

포지타노와 아말피 해변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담고 카메라에 담고 정신없이 담기 바빴다.

어머니와의 추억 인생사진 각도에도 열정을 기울였다.

순간 어린아이로 돌아간 동심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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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해변은 화창한 날씨를 맞아 많은 여행객들이 있었다. 짧은 자유 시간 속에서도

예민한 신경성으로 화장실을 자주 가셔야 하는 어머니를 고려해 시간을 계산했다.

유럽은 화장실마다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지만

함께라서 든든했다. 다급한 상황에선 짧은 영어도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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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적으로 부담 있는 일정임에도 어머니는 잘 따라와 주셨다.

내가 사진을 찍자고 하는 포즈에도 너무 잘 협조해 주셨다.

'어머니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그런 어머니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20250521_111604.jpg 어머니 브이를 하시라니깐요..


어머니의 숨소리가 들리는 밤

로마로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피곤해 보이셨다.

"어머니 여기 다리 좀 펴고 편하게 앉으세요."

복귀하는 길 어머니는 한 손은 버스 손잡이를 한 손은 무릎을 주무르며 눈을 붙이셨다.


새로운 숙소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세면을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호두과자를 드셨다.

아버지가 챙겨주신 호두과자에선 아버지식 사랑이 담겨있었다.


"어머니 좀 괜찮으세요?" "그래 괜찮아."


씻고 나오니 어느새 어머니는 곤히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에 든 어머니가 깰 새라 조심조심 옆으로 들어갔다.

2일 차 밤, 이탈리아의 낭만 속에서 어머니의 편안한 숨소리를 들으며

여정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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