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먹구름을 웃게 하지

2023. 11. 17.

by 다이안 D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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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를 내린 것만으로는 아쉬웠는지 먹구름은 떠나지 않고 하늘에 머물렀다. 이제 이른 아침이면 영하의 기온으로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는다. 내려앉은 찬 공기와 함께 시간도 주저앉은 것 같다. 모든 게 땅을 향해 멈추는 것 같은 이 풍경은 괜스레 감정도 기분도 상승을 멈추게 한다.


그럼에도 시간과 함께 일상은 고요하게 흘러간다. 고요한 그 풍경 속으로 첫눈이 뛰어들었다. 크고 작은 눈송이들은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춘다. 까만 아스팔트 위에 착지하기 전, 온갖 몸짓으로 재롱을 부린다. 언젠가부터 첫눈 소식과 멀어졌고, 어쩌다 듣는 첫눈 소식은 더 이상 설레지 않았다. 하지만 작고 큰 눈송이들이 상공 위에 흩어질수록, 고요했던 감정이 흐트러진다. 몽글몽글. 웃음이 새어 나오는 소리와 함께 겨울을 향한 설렘이 피어난다.


짙은 먹구름도 일찍이 찾아온 눈송이의 재롱이 반가웠는지, 슬그머니 하늘을 보이며 웃는다. 살풋 웃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파랗게 함박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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