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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Oct 01. 2022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난 내가 요가 클래스를 좋아할 줄 알았다

운동이 잘 됐는가를 판단하는 기준

나는 어떤 운동을 하고 나서 '충분히 운동이 되었는가'를 판단하는 장치가 있다. 안무를 배울 때 익힌 습관인데, 바로 다리 찢기이다.


다리 찢기 중에서도 상체가 발끝이 아니라 정면을 보고 양 발 끝은 좌우로 쭉 늘어나는 그 자세다. 아무리 몸이 데워지고, 땀이 났다고 해도 다리 찢기에서 느낌이 영 안 나는 날이 있다. 반면에, 전보다 땀이 안 났는데 다리 찢기에서 이거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느낌으로 운동이 잘됐다 아니다를 판단한다.


그래서, 동네 걷기 등 일상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맘 잡고 운동할 때면 꼭 다리 찢기를 해본다.

운동복이 얼마나 땀에 젖어 있는가를 보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이다.


나는 내가 요가 클래스를 좋아할 줄 알았다

집에서 요가 유튜브 채널 콘텐츠 중 한 두 개를 따라 하다 보면 30~40분이 소요되었다.

그 시간 동안 음성 안내에 따라 집중해서 몸을 움직이고, 호흡하다 보면 열이 올랐다. 땀도 흠뻑 나고 몸도 개운했다. 내 운동 판단 장치인 다리 찢기를 할 때도 느낌이 좋았다.


동료들로부터 같이 운동하자는 권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요가에 도전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혼자 하는 요가를 좋아하니까, 여러 사람들과 같이 요가를 해도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 콘텐츠를 보고 따라 하는 요가와 클래스를 들으며 따라가는 요가는 달랐다.

그룹 수업으로 따라가는 요가는 내가 좋아하는 명상과 자기 수련보다는 단체기합과 비슷했다.

학교에서 기합 때나 보던  같은 자세를 오랜 시간 버티는 것이  내용이었다.


요가 클래스를 그만둔 이유

분명 다리도 팔도 후들거리고 엉덩이와 등을 포함해 온몸에 근육통이 온다. 땀에 흠뻑 젖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리 찢기에서 내가 바라는 느낌이  났다. 한 달 조금 넘는 클래스 내내 그랬다.


클래스를 진행하시는 선생님에 따라 동작 구성과 흐름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맞지 않는  같으면, 다른 선생님의 클래스를 들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요가 수업을 듣는 것은 그만뒀다.


첫 대면 요가 클래스에 대해 만족도가 낮았던 것은, 나는 같이 하는 요가보다 혼자 하는 요가를 더 즐겁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자극을 느끼고 고요히 명상하는 시간을 주도적으로 갖는 것이 좋다. 원하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동작을 하며 몸은 시원함을 느끼고 마음은 편안해지는 . 홈트로 요가를 하면서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이유였다.


그래서, 요가는 홈트로 혼자 즐겁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곧 다음 운동에 도전했다.


여담으로, 커버 이미지 속 동작은 '다운 독'이다

커버 이미지는 좋아하는 동작 중 하나인 다운 독이다. 강아지가 기지개 켤 때의 모습이라 이름이 그런 가보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다가 편안한 공간에서 이 자세를 하면 '우두둑'소리와 함께 등, 어깨가 쫙 펴진다.

좋아하는 요가 동작을 일상 속에서 종종 하는 것은 마치 내 몸을 튜닝(조율)하는 것 같다. 기타, 바이올린 등 현을 활용하는 악기들은 연주하기 전에 꼭 조율을 한다. 날씨에 따라 보관 상태에 따라 음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몸도 마찬가지 아닌가? 날씨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그럴 때 좋아하는 동작을 하며 호흡하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알고 있는 것도 즐기는 것도 아주 일부분이긴 하지만, 나는 요가를 좋아하기는 좋아하는 것 같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hoto by Ginny Rose Stewa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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