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요가 클래스를 좋아할 줄 알았다
나는 어떤 운동을 하고 나서 '충분히 운동이 되었는가'를 판단하는 장치가 있다. 안무를 배울 때 익힌 습관인데, 바로 다리 찢기이다.
다리 찢기 중에서도 상체가 발끝이 아니라 정면을 보고 양 발 끝은 좌우로 쭉 늘어나는 그 자세다. 아무리 몸이 데워지고, 땀이 났다고 해도 다리 찢기에서 느낌이 영 안 나는 날이 있다. 반면에, 전보다 땀이 안 났는데 다리 찢기에서 이거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느낌으로 운동이 잘됐다 아니다를 판단한다.
그래서, 동네 걷기 등 일상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맘 잡고 운동할 때면 꼭 다리 찢기를 해본다.
운동복이 얼마나 땀에 젖어 있는가를 보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이다.
집에서 요가 유튜브 채널 콘텐츠 중 한 두 개를 따라 하다 보면 30~40분이 소요되었다.
그 시간 동안 음성 안내에 따라 집중해서 몸을 움직이고, 호흡하다 보면 열이 올랐다. 땀도 흠뻑 나고 몸도 개운했다. 내 운동 판단 장치인 다리 찢기를 할 때도 느낌이 좋았다.
동료들로부터 같이 운동하자는 권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요가에 도전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혼자 하는 요가를 좋아하니까, 여러 사람들과 같이 요가를 해도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혼자 콘텐츠를 보고 따라 하는 요가와 클래스를 들으며 따라가는 요가는 달랐다.
그룹 수업으로 따라가는 요가는 내가 좋아하는 명상과 자기 수련보다는 단체기합과 비슷했다.
학교에서 기합 때나 보던 것 같은 자세를 오랜 시간 버티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분명 다리도 팔도 후들거리고 엉덩이와 등을 포함해 온몸에 근육통이 온다. 땀에 흠뻑 젖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리 찢기에서 내가 바라는 느낌이 안 났다. 한 달 조금 넘는 클래스 내내 그랬다.
클래스를 진행하시는 선생님에 따라 동작 구성과 흐름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잘 맞지 않는 것 같으면, 다른 선생님의 클래스를 들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요가 수업을 듣는 것은 그만뒀다.
첫 대면 요가 클래스에 대해 만족도가 낮았던 것은, 나는 같이 하는 요가보다 혼자 하는 요가를 더 즐겁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자극을 느끼고 고요히 명상하는 시간을 주도적으로 갖는 것이 좋다.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동작을 하며 몸은 시원함을 느끼고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 홈트로 요가를 하면서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이유였다.
그래서, 요가는 홈트로 혼자 즐겁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곧 다음 운동에 도전했다.
커버 이미지는 좋아하는 동작 중 하나인 다운 독이다. 강아지가 기지개 켤 때의 모습이라 이름이 그런 가보다.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다가 편안한 공간에서 이 자세를 하면 '우두둑'소리와 함께 등, 어깨가 쫙 펴진다.
좋아하는 요가 동작을 일상 속에서 종종 하는 것은 마치 내 몸을 튜닝(조율)하는 것 같다. 기타, 바이올린 등 현을 활용하는 악기들은 연주하기 전에 꼭 조율을 한다. 날씨에 따라 보관 상태에 따라 음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몸도 마찬가지 아닌가? 날씨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그럴 때 좋아하는 동작을 하며 호흡하다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알고 있는 것도 즐기는 것도 아주 일부분이긴 하지만, 나는 요가를 좋아하기는 좋아하는 것 같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hoto by Ginny Rose Stewar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