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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14. 2024

주제 : 영화 혹은 만화

미션 : ~느꼈다, ~였다, ~보였다 빼기

크리스마스이브. 아이들은 산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드는 설레는 시간. 한밤 중에 나만의 의식을 치르듯 보는 영화가 있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어떤 집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게 해 주려고 애쓰는 부모를 둔 아이도 있었을 거다. 우리 집만 아니었을 뿐.

아빠는 대놓고 그냥 양말이나 과자를 사들고 들어오셨고, 엄마는 남 생일을 왜 챙기냐며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산타할아버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다. 세상은 어린이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괜한 성질을 부리던 때가 있었다.

세상엔 존재하지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 주는 부모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마음을 꽁꽁 숨긴 채.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괜한 성질을 부리며 자랐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자라는 동안 표출하지 못한 마음을 성인이 되고서 마음껏 내비쳤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엔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엔 가족과 함께, 한밤중엔 나혼자.

크리스마스엔 그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함께.

그동안 즐기지 못한 크리스마스 행사를 몇 날 며칠 즐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크리스마스이브.

매해 같은 영화를 보는 나만의 행사가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드라 블록과 빌 풀만이 주연인 로맨스 코미디 영화 보기.


멋진 남성을 짝사랑하던 산드라 블록. 그가 우연히 사고에 휩쓸리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 현장에 뛰어드는 그녀였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가족 이외엔 면회가 안된다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남성의 상태가 궁금했던 그녀는 혼잣말로 약혼녀라는 말을 했다.

우연히 지나가던 간호사가 듣고 약혼녀는 면회 가능하다고 병실에 누워있는 남성을 보게 해 준다.

그때 들이닥친 남성의 가족들.

그녀를 약혼녀로 오해하고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초대하면서 크고 작은 오해들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따뜻한 영화다.



거기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장면.

온 가족이 모여 서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다. 없는 솜씨에도 음식을 잔뜩 만들고 온 가족과 외로운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모습.

어린 시절 상상했던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대로 옮겨놓은 영화를 우연히 본 후로 크리스마스이브 때면 꼭 보는 영화다.

대리만족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했고, 그 순간 나도 그 파티의 일원이 되는 기분이라 꼭 크리스마스이브에 봐야 했다.




결혼 후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선물 포장지를 선택하는 일까지. 아이들은 이미 산타할아버지의 존재가 부모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기대하고 설레고 있을 그 마음을 가득 채워주고 싶어 진다. 없는 솜씨에 음식을 장만하고 케이크도 준비하고, 비싼 선물은 못해도 작은 선물도 챙겨둔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오마주 하는 동안 부러워하던 어린 내가 치유받는 기분이랄까.
그러니 매해 파티를 준비하고 영화 보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영화는 그렇게 나의 크리스마스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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