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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Jan 16. 2024

비행기에서 귀인을 만나다(하)

내 인생에 영화 같은 순간 1

*전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2018-2020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저는 영주권 신청을 결혼한 커플이 아닌 Common law 파트너로 신청했습니다. 

#Common law란?: 사실혼 관계로 보시면 될듯합니다. 다만 결혼은 하지 않은 상태인데 캐나다에서는 이런 커플들이 많습니다. 아이 낳고 사는데 문제도 없고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받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Common law 파트너를 공식 인정하기에 배우자 이민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증명서가 없기에 관계가 진짜인지 증명할 다른 서류들을 요구합니다. 영주권을 위해 커플인척 서류만 꾸며서 신청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암암리에 캐네디언과 영주권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대행사도 있다고 하는데요, 지인의 이야기를 따르면 어떤 영주권이 절실했던 한 아시아계 여성분은 본국의 대행사를 통해 어떤 캐네디언과 혼인 관계로 영주권을 진행했는데 몇 달 후 이민국에서 상대방이 사망신고가 되어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Common law 파트너는 영주권을 신청하기 전 해당 파트너와 약 1년간 함께 동거했다는 증명서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각종 공과요금 청구서에 두 사람의 이름이 함께 있는지, 두 사람이 함께 묶여 있는 재산, 보험,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등입니다. 

저는 2019년 8월 경에 영주권을 신청했는데 공교롭게도 2018년 내내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당시 본국에 계신 남편의 어머님께서 편찮으신 관계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위에 언급한 어떤 것도 신청할 수 없었는데요, 다만 2019년, 딸아이를 캐나다에 데려온 후 영주권 서류를 위해 준비했다기보다는 이곳에서 살아가기 하나하나 자연스레 준비해 나갔다는 게 맞을 것 갔습니다. 

그렇기에 영주권을 신청할 당시 해당 서류들은 모두 2019년도로 되어 있었죠. 

영주권 처리 기간은 보통 1년~1년 반 정도 걸립니다. 영주권 신청 후 남편과 결혼도 하고 아이 학교도 해결되어 캐나다에서의 삶에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2020년 3월 경 이민국에서 한 레터를 받게 됩니다. 

영주권 진행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는데 제출한 서류들 모두 2019년도 한정이니 2018년 기록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혼인 증명서를 첨부해 우리는 빠른 정착을 위해 영주권을 Common law 파트너로 신청했지만 지금은 혼인한 커플이라고 레터를 보냈더니 돌아온 답변은 현재 혼인 관계여도 영주권 신청 당시 Common law 파트너로 신청했기에 혼인 증명서는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해당 서류들을 낼 수 없다면 기존 신청을 철회하고 처음부터 다시 혼인 관계로 영주권을 재신청하라고 했습니다. 

영주권은 시간 싸움입니다. 다시 신청하면 1년~1년반 시간이 걸리고 이조차 나올지 말지 불분명합니다. 새롭게 신청을 한다 해도 과거 철회 기록에서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해외에 사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죠? 타국에서 체류자격이 얼마나 피 말리게 하고 가이드라인은 나와 있지만 철저히 담당자 판단에 맡기는 거라 비자라는 건 어떻게 될지 정말 하느님도 모릅니다. 

원론적으로 Common law 파트너 서류를 요구하는 이유는 해당 파트너와의 관계의 진실성을 보기 위해 내는 것인데 그것을 증명할 가장 막강한 서류인 혼인 증명서가 있음에도 본래 목적은 흐려지고 Common law 파트너 서류체크리스트로 전락한 아주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오히려 작정한 사기꾼들은 서류를 완벽히 꾸밀 텐데 말이죠. 이런 내용을 이민국에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3월 이민국 레터를 처음 받고 옥신각신 하던중 수개월이 흘렀고 종국에는 8월까지 해당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면 철회될 거라는 최종 통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끝까지 방법을 찾는 사람들 아닙니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저희는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민국가인 캐나다 모든 국회의원은 이민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해당 이민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습니다. 저희 사정을 이야기하니 이민국에서 요청한 서류들을 낼 수 없다면 대체할만한 다른 서류들에 대해 조언을 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에 의사 진료 기록, 변호사나 회계사와의 일처리 기록 등입니다. 

그때부터 머리를 쥐어짜 내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저는 디스크 문제로 캐나다 거주 당시 걷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 당시 동네 카이로프랙틱 의사에게 수차례 진료를 받았던 것이 기억나 남편과 함께 그분께 가서 사정 이야기 했어요. 감사하게도 진료 기록을 포함해 2018년에 제가 캐나다에 있었다는 기록, 그리고 저희 커플에 대한 진실성에 관한 내용의 레터를 써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래 알고 지낸 토론토 지역 교육청 소속 불어 선생님이 한 분 계시는데(이 분과의 스토리도 나중에 공개할게요^^) 당연히 도와주셨지요. 심지어 남편과 캐나다 - 미국 횡단 여행(이 스토리도 풀어볼게요! ㅋㅋ)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연된 렌터카 사장님, 캐나다 처음 어학연수 와서 함께 알고 지낸 동생 커플, 하물며 동네 도서관 사서에게 2018년 도서관 이용 내역을 발급받아 제출했고, 마지막으로 저와의 관계에 대해 절절하게 풀어낸 남편의 레터 등 말 그대로 몇 없는 캐나다내 지인들을 총동원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2년 전 비행기에서 인연 맺은 토론토 인접 도시 서열 4위 공무원이신 그 신사분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을 2018년에 만났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오랜만에 그분께 연락드리니 그분은 얼마 전에 몸이 안 좋아지셔서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셨다가 퇴원하셨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2년전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그분은 지나고보니 저의 영주권 은인이셨던거죠! � 

왜 이분이 영주권 은인인지 확신하냐고요? 다음 에필로그편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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