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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팅게일 Jan 17. 2024

비행기에서 귀인을 만나다 - 에필로그

내 인생에 영화 같은 순간 1

*이전화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2018년 8월 런던에서 토론토로 오던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옆 통로 좌석에 앉으신 신사분은 2020년 8월 제게 캐나다 영주권에 은인이 되어주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분 외에도 영주권을 위해 여러 도움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분을 저의 영주권 은인이라 확신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주권이 이틀 만에 나왔습니다. 
앞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Common-law 파트너로 신청한 배우자 영주권을 위해서는 결혼한 부부와 달리 1년간 해당 파트너와 함께 살았다는 증거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저는 사정상 2019년도 서류만 제출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조언에 따라 캐나다에서 2018년에 남편과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대체할 추가 서류를 모두 접수한 지 정확히 이틀 만에 승인레터를 받았습니다. 특히 영주권이나 비자 관련해 서류 하나 제출해서 처리 결과 확인하는데 몇 개월이 걸리는, 그래서 비자관련 일처리가 시간싸움이란 이야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닐 정도로 일처리가 느리기로 소문난 캐나다에서 그것도 영주권이 이틀 만에 나왔다는 것은 정말인지 놀라운 일입니다. 

2. 북미는 철저한 인맥사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북미 사회는 철저히 인맥으로 운영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캐나다는 시스템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세워졌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 나라를 세운 사람들이 전 세계 각기에서 가족과 본국을 떠나왔고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며 살아야 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 자체가 신용이 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서로 믿고 사는 사회 인식이 강해 시스템이 다소 허술하고 느리지만 처벌에 있어서 가차 없기도 합니다. 인사채용에 있어 블라인드 채용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한국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인맥이 막강하게 작용해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레퍼런스가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추천해 준 사람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추천해 준 사람은 자신의 추천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3. 일처리가 느리기로 소문난 캐나다에서 이틀 만에 나왔다 ✨ 
안 그래도 레퍼런스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이 나라에서 국가기관에 일하는 사람들끼리 가장 신뢰할 사람은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지요. 그 사람은 국가에서 신뢰를 받은 사람 아닙니까. 저의 영주권을 담당한 이민관은 기존에 제출한 서류만으로 1년간 함께 있었다고 하기에 의심을 가졌고 영주권 승인을 목전에 두고 브레이크를 걸었죠. 1년간의 거주를 증명할 다른 여러 서류들도 함께 제출했지만 정부기관에서 일하시는 그것도 고위 공무원이 저의 거주를 보장했습니다. 제 영주권 담당 이민심사관 마지막 의심을 해결한 것은 그분의 레터라고 봅니다. 

# 이민 심사관의 의심을 단숨에 씻어버린 감동적인 그분의 레터 내용도 함께 읽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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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스 권을 2년 정도 알아왔고 우리는 2018년 8월 그리스에서 토론토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만났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대화를 통해 우연히도 그녀가 그녀의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이웃이란 걸 알았습니다. 특히 나는 비행기에서 몸이 좋지 않았는데 친절하게도 그녀가 나를 도와줬습니다. 그 일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그녀의 파트너도 함께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스 권과 그녀의 파트너는 2018년 8월부터 나의 이웃으로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2019년에 결혼도 했고 지금도 함께 살고 있지요. 미스 권은 친절하고 성실하며 이 부부는 제가 아는 온타리오에 사는 멋진 커플로 이 부부가 제 이웃이란 사실이 참 기쁩니다. 미스 권은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문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 전문가로 **시 고위 공무원으로 현재 ***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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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제 인생에서 힘든 해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남편에게 4번째로 차였고(?) 비자 없이 해외 취업을 해보려고 전 세계에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뿌리며 스스로 자리 잡고자 고군분투하던 해였습니다. 거기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남편과 1년간 제대로 살아보면서 해외 취업에 집중하기 위해 딸아이와 최장기간 떨어져 있던 참 가슴 아프고 애달픈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유난히 고민이 많았던 그 해 8월, 남편의 본국에 다녀오기 위해 이상하게 그때 남편과 다른 비행 편으로 다녀와야만 했던 제가 건강상의 문제로 계획 없이 갑자기 생긴 휴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탔어야 했던 그 저가 항공사 비행기 안에서 제 옆 통로 좌석에 앉아계셨던 그 신사분 - 알고 보니 이웃이셨던 그분을 우연히 도와드렸던 것이 2년 후 저의 캐나다 영주권에 은인이 되신 일은 우주의 기운이 작동한다고 밖에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힘든 제 인생의 영화 같은 순간입니다. 

저의 첫 [내 인생에 영화 같은 순간] 시리즈 1편을 마무리해서 무한한 기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함께 읽어주신 분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7일 영주권 승인 레터를 공교롭게도 캠핑장에서 확인했는데요. 광활한 자연을 품은 캠핑장, 어쩐지 너무나 캐나다스러운 곳에서 레터를 확인하며 '아 드디어 캐나다가 나를 받아줬구나'란 생각에 안도감과 감동을 느낀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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