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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May 28. 2019

전설 아니고 레전드,
피처폰 톺아보기(2)

피처폰 태동기 : 레이저부터 명품 프라다폰까지

* 얼리어답터에 2016년 7월 21일 발행된 글입니다.



피처폰은 전성기를 맞는다. 슬라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피처폰이 등장하고 사라졌다. 독특한 디자인과 실험적인 시도가 곁들어지면서 피처폰 전성시대라고 할 정도로 각양각색의 피처폰이 등장한다. 그리고 레전드폰이라 할 만큼 유명한 피처폰이 우수수 등장하기 시작한 때도 이때다.



2. 2005년~2007년, 피처폰 전성시대

피처폰의 전성시대는 모토로라의 레이저부터 화려하게 시작했다. 이 시절 출시한 피처폰의 특징은 2~3년 동안 꾸준히 생산하고, 꾸준히 팔렸다는 점이다. 피처폰을 고르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신기능에 있다기보다는 디자인에 있었고, 제조사는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여러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광고에서 연예인 파워가 두드러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피처폰의 펫네임이 광고에 등장한 연예인 이름으로 붙었고, 제조사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시기이다.



모토로라 레이저(RAZR) - 2005년

모토로라는 2005년 면도날(Razor)처럼 얇다는 의미를 담은 모토로라 레이저(RAZR) 폰을 출시했다. 슬림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라임색과 핑크색의 인기가 무척 높았던 피처폰이다.


당시에 이렇게 얇은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개발한 얇은 키패드 기술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외산 피처폰에 적용된 점이 아이러니. 덕분에 모토로라는 전 세계적으로 2억 대를 팔아치웠다. 2007년까지 생산해 판매했으며, 이후 레이저2(RAZR 2)가 출시했다.



@ flickr, LG전자

초콜릿폰 - 2005년

LG전자 블랙라벨 시리즈를 여는 피처폰으로 검은색 본체에 붉은색 터치패드로 된 메뉴 바 부분이 인기를 끌었다. 버튼식 메뉴 버튼이 아닌 터치패드를 넣으면서 깔끔한 디자인을 갖출 수 있었다. 일정 시간 이상 누르고 있을 때 작동할 수 있었으나 이 부분이 민감해 주머니 속에서도 가끔 작동하곤 했다.


살짝 밀려 올라가는 자동 슬라이드의 촉감도 괜찮았고, 내장 메모리가 넉넉해 게임을 즐기기도 좋아 보였으나 터치패드로 게임을 조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대 이상이 팔려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이 팔린 폰이라고 한다.



아이폰3GS 대신 선택할 뻔한 그 휴대폰...(@ flickr, LG전자)

초콜릿폰의 성공으로 블랙라벨 시리즈가 꾸준히 출시됐다. 이후 디스플레이와 메뉴바 사이에 은색 띠를 두른 초콜릿폰2가 나왔고, 피처폰이 저물어갈 시기에는 화면의 크기도 키우고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뉴 초콜릿 폰이 나왔다. 뉴초콜릿폰은 출시 당시 소녀시대와 f(x)를 모델로 삼아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으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는 시기와 맞물려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문근영폰 - 2005년

문근영이 양손에 커피잔을 들고 강의실에서 춤을 추다가 책상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자 어깨로 블루투스 헤드셋을 가볍게 누르고 전화를 받는 CF 덕분에 문근영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인 블루투스 기술이 주요 특징인 피처폰.


아쉽게도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은 별매인 제품이었다. 그리고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이 착용자를 미래전사로 보이게 하는 디자인이었다는 사실은 넘어가자. 슬라이드 방식으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무탈한 성능으로 블루투스를 쓰지 않아도 인기를 끈 피처폰이었다. 삼성 슬라이드 피처폰의 기본 형태를 갖춘 제품.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블루투스 기술조차 혁신이었을 때가 있었다.



권상우폰 - 2006년

당시 디지털카메라 화소인 2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디카폰 혹은 캠코더폰이라고도 불렸던 권상우폰이다. 이름이 권상우폰인 이유는 역시 광고에 권상우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당시 200만 화소 카메라는 혁신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둔다.


다른 제품과 다르게 카메라가 옆면에 붙어있던 게 특징이다. 따라서 촬영을 위해선 위의 이미지처럼 디스플레이를 꺾고, 돌려야 했다. 산요 작티(Xacti)와 같이 캠코더 느낌을 살린 디자인으로 보인다.



샤인폰 - 2006년

샤인폰(LG-SV420)은 명품 시리즈인 블랙라벨 시리즈 두 번째 제품이다. 첫 번째는 앞서 나온 초콜릿폰.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용한 폰으로 비슷한 시기 도금 처리한 다른 폰과 다르게 견고함을 자랑한다. 또한, 가운데 클릭 휠이 있어 메뉴를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다.


당시 김태희가 춤추는 광고가 인기였으며, 금속 특유의 느낌과 견고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함께 작업해 한글 문양을 뒷면에 각인한 샤인 디자이너스 에디션을 새로이 출시하기도 했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새기고 패키지 디자인도 다르게 구성해 명품 느낌을 살렸다.



스카이 슬림폴더 - 2006년

스카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특유의 얇은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당시 방영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 이후. 한예슬이 기억상실에 걸린 나상실로 등장하는데, 그때 쓰던 휴대전화가 바로 IM-S100 제품이었다. 이후 나상실폰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얇은 선을 남녀 모델이 걷다가 마주치고, 선을 떼지 않고 서로를 지나치는 모습의 광고가 인상 깊은 제품이기도 했다. 320만 화소에 이르는 뛰어난 품질의 카메라도 특징이다. 스카이가 SK텔레콤 전용 제품만 만들다가 처음으로 출시한 KTF용 제품이기도 하다.



스카이 붐붐폰 - 2006년

스카이 IM-U160은 메뉴 부분을 터치 패드로 만들었다. 터치패드는 기존의 버튼 방식과 다르게 버튼을 눌렀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이를 위해 터치키를 누르면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하도록 설정했다. 그래서 이름이 ‘붐붐폰’이 되었다. 이 기술은 햅틱(Haptic) 기술로, 이후 삼성전자에서 이 기술 이름 자체를 하위 브랜드 이름으로 가져갔다.


붐붐폰의 다른 별명은 와이드 DMB 폰으로 화면비가 달라져 지상파 DMB를 넓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품 기본 성능이 잘 갖춰져 있고, 제품이 튼튼해 잔 고장도 없어 잘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음악 재생 중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제한된 멀티태스킹 기능도 장점 중 하나였다.



캔유 701D - 2007년

캔유 브랜드는 그리 많은 사람이 쓰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마니아층이 있던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인 이유는 카시오에서 설계한 피처폰을 팬택&큐리텔(현 팬택)이 제조해 판매하는 폰이었기 때문이다.


그중 캔유 캔버스 혹은 아트캔유로 불리던 canU 701D 제품은 출시 당시 화가가 겉면에 그림을 그린 한정판을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 판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동나고, 전시회 현장에서 100대를 추첨 판매했을 때도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깔끔한 디자인이었고, 위에 수성펜 등으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카메라 성능이 뛰어난 폰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한, 캔유 제품 중 처음으로 지상파 DMB가 탑재된 피처폰이다.



@tworld.co.kr

고아라폰 - 2007년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애니콜 슬림폴더 HSDPA폰은 광고모델로 고아라가 출연해 일명 ‘고아라폰’이라고 불렸다.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될 때도 고아라폰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오랜 인기를 끈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흰색과 검은색 제품이 많았지만, 핑크, 골드 색상도 있었고, 인기를 끌자 연말에는 20가지 색상을 늘려 총 24가지 색상 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힌지 부분은 흰색이라 흰색 제품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장식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얇은 키패드 등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힌지부분에 회전식 카메라를 넣어 셀카용으로도 인기가 좋았다. 카메라 화소는 130만 화소.



프라다폰 - 2007년

LG전자가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협업해 프라다폰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보기 힘든 깔끔한 디자인과 UI를 갖추고 키패드가 없는 풀터치폰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풀터치 폰으로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표현한 UI는 당시에도, 지금도 매력적이다. 심지어 제품 디자인은 지금 보더라도 미려한 편이다.



당시 출고가는 피처폰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었으나, 정품 프라다 마크가 붙은 제품을 산다고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풀터치라는 생소한 UI를 적용했으나 큰 성공을 거뒀고, 2년 후인 2009년에 다시 프라다폰2를 출시하며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프라다폰2에서는 풀쿼티 키보드를 밀어 넣을 수 있는 키패드를 채택했다. 동시에 프라다 링크라는 블루투스 액세서리를 선보였는데, 평소엔 시계로 쓰다가 전화가 걸려오면 진동으로 이를 알린다. 이른바 스마트워치의 선조 격인 제품이다. 프라다폰2가 단종된 이후에도 다른 폰과 연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프라다 링크만 구매하려는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그리고 2년 후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며 프라다폰은 2011년, 안드로이드 옷을 입고 다시 한 번 출시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나 뒷면에 사피아노 무늬를 새기는 등 동시대 디자인보다 앞서간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 등 문제가 많아 크게 성공하진 못하고 끝을 맺었다.



2007년이 지나고 2008년이 오면서 점차 피처폰 시장에도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의 포문이 열린 것. 그리고 피처폰은 스마트폰에 그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다. 기념비적인 아이폰 3GS가 출시하기 전까지 빛을 발했던 피처폰은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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