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한민국
준 아마노 (21:24, 3월 2일)
- 오늘은 다른 도시로 가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산책했어. 가끔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주말은 집에서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보내는 편이야. 넷플릭스는 정말 중독성 있어. 하하. 내일은 뭘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 너는 주말에 보통 뭐해?
나는 그의 메시지를 읽고 잠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어떻게 주말을 보내는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책을 읽다가, 가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영화를 골라 보는 모습이 떠올랐다.
한서 박 (22:05, 3월 2일)
- 어제는 친구들이랑 만나서 여행을 갔었어. 맥주랑 소주 마시면서 밤늦게까지 이야기도 나누고. 넷플릭스? 정말 공감해. 나는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데, 아마 너도 봤겠지?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글을 이어갔다.
한서 박 (22:30, 3월 2일)
- 나는 주말엔 보통 거리를 걷거나 한강에 가서 햇볕을 쬐는 걸 좋아해. 사무실에 있으면 햇빛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으니까, 주말만큼은 마치 식물처럼 햇살을 가득 받고 싶어서. 그리고 가끔은 고향에 내려가서 쉬기도 하고, 집안일도 해. 오늘도 넷플릭스 봤어?
잠시 후, 다시 화면이 밝아졌다.
준 아마노 (23:00, 3월 2일)
- '퀸스 갬빗', 나도 인상 깊게 봤어. 여전히 햇살을 받으면서 걷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파즈에 있었을 때도 주말이면 햇빛 아래에서 한참 걷곤 했잖아. 기억나?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가 보낸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기억의 조각처럼 마음속에 흩어졌다. 그 순간들이 내겐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한서 박 (23:22, 3월 2일)
- 당연히 기억나지. 참 좋았던 순간들이었어. 가끔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져.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내 마음이 조금 더 솔직하게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다음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창밖의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표정으로 나의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을까. 알림음이 들리기 전까지 나의 밤은 그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작은 설렘으로 조용히 채워지고 있었다.
알림음이 울리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놓쳤을까 휴대폰을 확인해봤지만 화면 속에는 마지막으로 보낸 나의 메시지만 '읽지 않음'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이 천장 위에 흐릿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오래전 라파즈의 햇살을 떠올렸다. 강렬했지만, 결코 뜨겁지는 않았던 햇빛. 볼을 스치는 서늘한 공기와 낮은 구름, 우리 사이를 채웠던 짧은 웃음과 서투른 스페인어로 나누던 이야기들. 그 순간의 공기와 온도를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과연 그는 어떤 마음으로 내 메시지를 읽었을까. 메시지 하나로 밤을 온통 채우고, 긴 침묵 속에서 홀로 뒤척이며 그의 생각을 조용히 기다리는 밤이었다. 결국 그날 밤, 더 이상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커튼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올 때쯤 휴대폰이 작게 울렸다.
준 아마노 (07:08, 3월 3일)
- 나도 그래. 정말 그때가 그리워. 오늘은 정말 햇살이 좋다, 샌프란시스코 성당에 갔을 때가 갑자기 생각난다. 하하
가슴이 떨려왔다. 그의 메시지가 오랫동안 눈앞에 머물렀다. 아침 햇살을 따라 희미한 설렘이 천천히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