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 (2021년 2월 5일 ~ 2월 17일)

서울, 대한민국

by 한서



하루의 시작과 끝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날 이후 꼭 정해진 시간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패턴이 만들어졌다. 약 12시간의 텀으로 꽤나 규칙적으로 우리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그의 메세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낼 때마다 혹은 몇 시간 전 접속 기록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그도 나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렇게, 혼자만의 망상을 하면서 나는 기억 저편에 있던 스페인어를 끄집어내 부지런히 그에게 답장을 보내고 그의 메세지를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그는 내 이야기에 공감했고 나는 그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찾고 이야기 소재를 찾으면서 그와의 연락이 끊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한서 박 (18:47, 2월 10일)
- 어, 너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네. 새로운 일은 즐겁게 하고 있어?"
준 아마노 (07:34, 2월 11일)
- 하하, 뭐, 아직은 배울 게 많지만 재밌어. 넌 요즘 어때?"
한서 박 (19:35, 2월 11일)
- 신나게 일하고 있지.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이 한국의 설날이야. 일요일까지 연휴라서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고 있어. 너는 주말에 뭐해?"

고향으로 내려가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도로, 창밖으로 흩어지는 가로등 불빛,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등성이. 창문 너머로 시선이 흐르면서 문득 생각했다. 지금, 그는 어디에서 어떤 하늘을 보고 있을까. 그도 나처럼 어딘가에서 창 밖을 보며 우리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귀찮은 하나의 대화로 흘려보내고 있을까.

다음 날 아침엔 그에게서 답이 오지 않았지만 토요일 저녁, 그로부터 메세지를 받았다.

준 아마노 (22:28, 2월 13일)
- 오늘은 바다를 보러 다른 도시에 다녀 왔어. 정말 예쁘더라.

나는 한참 동안 그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호수가 바다 같아서도 그렇고....'

머릿속에서 오래전 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그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이번에 보았던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햇살이 부서지는 수면 위로잔잔한 파도가 천천히 밀려들었을까. 그는 그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기억 속에 코파카바나 호수를 함께 보던 그 순간의 우리도 있었을까.


다음 날,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뉴스보도를 접했다. 그가 살고 있는 곳과는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걱정되어 메세지를 보냈다.

한서 박 (10:23, 2월 14일)
- 준, 너 괜찮아? 지진 소식을 들었어. 후쿠시마랑은 멀리 있다고 해도 네가 잘 있길 바라.
준 아마노 (21:19, 2월 14일)
- 안녕! 나는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페루 리마에서 일할 때도 큰 지진이 있었는데, 그때는 진짜 죽을 뻔했어. 다시 생각해도 끔찍해.

이후로도 우리는 날씨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의 날씨를 물었고, 나는 벚꽃 얘기를 꺼냈다.

준 아마노 (19:58, 2월 17일)
- 한국은 지금 어때? 여기는 오늘 아침엔 눈이 내렸어. 춥다.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어.
한서 박 (20:10, 2월 17일)
- 여기도 정말 추워. 나는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벚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게 다였어.
준 아마노 (20:48, 2월 17일)
- 나도 볼리비아와 페루에 있을 때 못 봤으니 올해는 꼭 보고 싶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 기대감으로 물들었다.

그날 밤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았고, 방 안에는 오직 휴대폰 화면의 희미한 빛만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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