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대한 생각

2016-06-21 ~ 07-05

by 한서



1.

나는 단지 지쳐있을 때의 내 모습을 너에게 다 보여줄 뿐이었다.

요즘에는 너에게 항상 지친 모습만을 보여줬었고 그래서 어쩌면 너는 나와 함께 있으면 왠지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어쩌면 너가 나보다 더 불행한 기분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문득문득 사무실 문이 열려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만 들려도,

매일 커피 물을 가지러 정수기로 걸어오는 너일까, 너일 것이다, 너였을까.

그렇게 궁금해하며 고개를 돌리곤 했다.

(2016-06-21)


2.

너를 한 번 지워보려한다. 잊어보려 한다.

지난 주, 친하게 지내는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내게 누군가를 만나고 있으냐며 물어봤지만 나는 고개만 절레 저었다.


그럼 누굴 만나볼래?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특히나 이성으로서의 새로운 만남은 내게는 너무나도 힘든일이다.

경험도 많이 없거니와 너무나도 까탈스럽고 언젠가는 나와 어긋나는 부분을 상대방에게서 발견한다면 그 순간부터 정을 떼어버리는 아주 못난, 못된 성격탓에.

하지만 나는 승낙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새로이 또 다시 시작해나간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정리 될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마음을 천천히 정리할 것이고,

더 이상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는 너도 곧 정리될 것이라고.

(2016-06-26)


3.

그리고 너는 또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나는 내일 소개 받을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만나게 될 사람인데, 사실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의 전화번호는 등록하지도 않았고 따라오는 카카오톡 아이디마저도 친구 추가를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분명 그사람과 메세지를 주고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 키가 나보다는 큰 것, 그리고 중요한건 전혀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나봐야 알아.

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그리고 그 사실을 나도 알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한 번은, 그래도 만나봐야지.

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렇게 말도 안되는 약속을 잡아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약속을 잡은 날 너는 또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너에 대한 마음을 그저 접어가려 했다.

한 가지 중요한건 나는 이제, 그리고 너는 이제 더 이상 서로가 편하지 않다는 걸 느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나는 널 보고 웃어도 거짓웃음인듯 하고,

너는 날 보고 웃어도 금새 미소가 걷힌다.

그건, 그건 어쩌면 더 이상은 편해질 수도 더 멀어질 수도 없는 그런 사이가 된건 아닐까, 싶다.

(2016-07-03)


4.

만나보았어.

처음은 항상 설레고 떨리고 기대된다고 하잖아. 그리고 예전에 난 그랬던 것 같아. 그런데 어제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왜인지 모르게. 그리고 역시나, 역시나였지.

웃는 사람이 좋다는 말을 내가 은연중에 남겼었던게 기억났어. 그 사람은 시종일관, 웃고 또 웃더라구.

떨림없이 나는 마치 사회생활을 하는 신입의 마음으로 대했어. 그에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같아. 첫 만남에 영화를 보자는 것도, 그리고 뭔가 급해 보이는 모습도, 안절부절해 하는 모습도, 그냥 그 모든 것들이 왠지 자꾸만 불편했어.

웃긴게 뭔지 알아?

나는 그 사람에게서 여전히 너를 찾고 있었던 걸까.

너는 그렇지 않은데. 너는 저렇지 않을텐데. 그렇게, 그렇게 찾고 있더랬지.

나 미친걸까.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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